내가 사는 이야기

주민등록증 분실소동

북앤커피 2022. 3. 21. 18:04

신용카드 한 장만 따로 카드 지갑에 넣어서

출퇴근 교통카드로 쓰고 있고

마트에서도 그 카드만 쓴다.

 

금요일 지갑을 열었다가

신분증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음을 발견했다.

 

어디서 빠졌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스캐너 뚜껑도 열어보고

가방을 홀랑 뒤집어 보기도 하고

옷 주머니도 뒤져보고...

 

신분증 쓸 일이 뭐가 있었을까

메모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이라

메모장을 뒤져도 신분증 쓸 일은

화요일에 인감증명서 떼러 갔었던 주민센터뿐이다.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민원이 많아서 많이 바쁘다고

찾아보고 전화 주겠다는 답을 듣고 기다렸더니

30분 후에 전화가 왔는데

<없다>는 답이다.

 

분실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대표께서 

월요일이면 나올 테니 기다려보라고.

 

시간을 두면 혹시 생각날까 하여

뒤져볼 만한 데를 더 뒤져보고.

 

그리고 오늘 월요일

오진관에서 신분증용 사진을 찍고 

송파동 주민센터로 갔다.

번호표를 뽑고 신청서를 작성해서 내밀고

5천 원을 결제하고 기다리는 동안

 

지난주 내가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던 그 창구를 관찰하다가

민원인이 끊기기에 다가가서 

이름을 대며 신분증 보관하고 계신지 찾아봐 달라 했더니

뒤에 있는 탁상용 금고에서 고무줄로 묶여있는 여러 장의 신분증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찾더니 <없단다> 

 

주민센터 직원은

자기 자리가 아닌 비어있는 옆자리를 살피더니

주민번호 뒷자리가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헉.

내 신분증이 거기 있었다.

 

자리를 비웠던 옆자리 직원이 왔고

그녀가 날 보더니...

<그날 문 밖까지 나가봤는데... 안 보이셔서>

 

그럼 그렇지

아무 데나 흘린 것은 아니었어.

 

두 사람은 신분증 신청서의 사진을 보고는

<사진이 잘 나왔어요>

 

새로 사진도 찍은 김에 

새로운 신분증을 받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 한들

11년 전의 신분증 속의 내 모습을 이기겠어?

 

새 신분증과 구 신분증 사이에서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신분증을 찾아서 5천 원이 굳은 게 아니라

사진 찍느라 2만 원 썼는데

누굴 탓할 일이 아니네,

 

토요일에는 지갑을 회사에 두고 가서

저녁 내내 

일요일까지 걱정했다.

다이소 다녀왔는데 거기에 빠트렸을까 싶어서...

 

아침에 출근해보니 보조가방 안에 떡하니 있다,

토요일 보조가방에서 이어폰은 챙기면서

지갑은 왜 안 챙겼는지.

 

갈수록 나사가 빠진 것처럼 행동하니

정신 바짝 차려야지 싶다.

 

갈수록 나는 내가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