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는 주부가 아닙니다

북앤커피 2022. 4. 28. 16:31

주부가 되면 그릇 욕심이 생긴다는데

결혼할 때  고려 금속 사모님이 사준 코렐 그릇 세트 외에

집들이를 한다고 10벌의 그릇을 산 이후로

접시 하나도 사들이지 않았다.

 

미혼이었던 1990년 또는 1991년

키친아트 남자 영업사원이 직원 식당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가지고 

잡채를 쉽게 만드는 시범을 보인 후 

3중인지 5중인지 하는 스테인리스 냄비세트를 팔았다.

여직원이 여럿 있었지만

십여 만원 하는 그릇은 

나 혼자만 샀었다.

 

살면서 

회사에서 선물 받은 접시류 냄비류 등이 있었고

내가 산 것은 프라이팬 정도.

 

상을 엎지도 않고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그릇을 깨는 일도 없었으니

30여 년 전 그 접시와 공기들이 그대로다.

 

가끔

남편이 코렐 그릇들을 몇 개 사들였다.

 

친구의 생일에 예쁜 그릇을 선물하면서

나도 예쁜 그릇 쓰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예쁜 그릇을 꺼낼라 치면

남편이 나서서 왜 그걸 꺼내느냐고

이미 나와있는 그릇을 집어주며 그걸 쓰라고 할 때

아끼다가 똥 된다며 내 맘에 드는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었다.

 

커피도 예쁜 잔에 마셔야 맛있지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담아 마시면 무슨 맛인가? 

 

소꿉놀이 같은 것도

장단이 맞아야 하지

멋이라곤 눈 씻도 봐도 없는 사람과 사는 나는

완전 꿈 깼다.

 

코로나 발생한 이후로

식당 출입이 무서워서 사무실에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고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냄비채로 먹는 것을 싫어서

집에서 국그릇을 가지고 나왔는데

그것 말고도 때때로 그릇이 필요해져서

다이소에서 거금 오천 원 들여서 커다란 접시를 샀는데

홈쇼핑에서 파는 그릇과 비교해서 부족하지 않아

마음에 흡족했다.

 

냉동피자라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려면

커다란 접시가 필요했다.

 

사무실에서는 정말 필요에 의해서 산 것이고

집에서 쓰려고 예쁜 접시를 사들이지 않으니

주부라고 못하겠다.

 

내게 그릇 선물을 받은 친구는

먹음직 스런 음식들이 담긴 그릇 사진을 보내왔다.

그릇은 저렇게 써야 하는데...

 

이참에 다용도실에서 개봉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는 접시들을 꺼내어

당근 마켓에 올려서 팔아볼까나

그럴까나

 

예쁜 그릇에 음식 담아 먹으며

여유롭게 살아갈 날이 오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