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커피 2025. 4. 28. 09:53

평택고속버스 터미널.

평택에서 출발하는 서울 경부터미널행 고속버스 안.
난  내측 10번
청년은 창측 12번 자리에 앉았다.

출발 10분 전부터 승차가능한 버스는
평택대 앞에서 많이 타는 편이다.

버스 내부의  운전기사 우측 중앙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는 승객이 앉은자리와 빈자리가 표시된다.
할인을 받은 승객은 일반승객과 다른 모양이 표시된다.

그날 그 시각의 버스에는
승객이 대여섯 명뿐이었다.
검표하는 남자 직원이 차에 올라서
통로 건너 내 우측의 젊은이에게 학생증을 요구했다.
그 젊은이는 학생할인 표를 구매해서 탔기 때문이었다.

젊지만 학생처럼 보이지 않은 그 젊은이는
학생증이 없다고 하며
언제부터 학생증을 확인했냐고 항의를 했다.

검표원은 그에게 내려보시라고 하고 앞장서서 버스에서 내렸다.

승객을 태우기 위해 열어놓은 문으로
그들의 대화는 내 귀에 선명하게 들렸다.

학생증 소지하라는 게 법에 있느냐
어디에 그런 게 있는지 증거를 대라
여태 조사 안 하다가 갑자기 하냐며
실랑이를 했다.

직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해서 법조항에 대해
물었지만 그 학생에게 들이댈만한 그런 답은
못 들은 것 같았다.

우린 그저 상식선에서 아는 정도로 학생할인을 받으려면
학생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해지자
일단 버스에 타라는 직원의 말에
그 젊은이는 내렸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들이 학생증소지여부로 다툼이 시작될 때  
나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결과는
교통요금 할인적용받은 학생은 학생증 제시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젊은이는 학생이라고  말로만 주장했을 뿐
그 어떤 것으로도 학생임을 증명하지 않았다.

가령
같은 과 단톡방을 보여준다거나
누구누구 교수님 전화번호가 저장된 전화기를 보이거나
친구 아무에게나 전화해서 바꿔주고 물어보라고 한다거나
가족을 바꿔준다거나...

그는 아무것으로도  증명하지 않았다.

몇 안 되는 승객 중 나는 하필 그와 같은 라인의
좌석에 앉아서
그가 투덜대는 말을 들어야 했다.

"5000원이나 6100원이나!"
그는 내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그의 투덜거림으로
학생은 5000원이라는 것을  나도 알게 되었다

여전히 그는 학생행세를 했고
학생이라고 내게 우기고 있었다.

그러게 5000원이나 6100원이나!
그러게
그냥 1100원 더 내지 그랬니.
쪽팔리잖아 1100원 때문에

어디선가 그를 다시 본다면
확실하게
그때 그 학생(?)으로 기억할 것만 같다.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말고
1100원 더 내고 일반인 표를 사는  게 좋았었을 그 젊은이...

정말 대학생이라고?

2024년 숙명여대에 입학한 84세 김정자여사께서는
학생할인을 잘 받으시는지
그분 앞에 펼쳐지는 여대생의 생활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