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양해원의 말글 탐험
    모셔온 글 2021. 3. 26. 16:24

    양해원 대표

    입력 2021.03.26 03:00 | 수정 2021.03.26 03:00

     

     

     

    삐릭삐릭, 삐릭삐릭. 시내 한복판 좁다란 회양목 숲을 참새들이 바지런히 들락거린다. 사람들이 가까이서 담배 냄새 풍기거나 말거나. 지난가을 떨어진 씨앗이 여전히 배를 채워주는 걸까. 마침 군데군데 심은 소나무 주위로 비행장 있겠다, 몸집은 작겠다. 야트막한 울타리 사이사이 드나들기 안성맞춤 아닌가.

     

    참새는 도회지에서도 흔히 보는 우리나라 대표 텃새. 물론 농경지나 구릉, 숲에서도 산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주거지, 이놈들한테는 서식지(棲息地)인데. 어학적으로 ‘서식’은 이렇게 동물한테만 쓰던 말이다. ‘깃들이다(보금자리를 꾸미고 살다)’라는 뜻의 한자(棲)를 쓰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식물은 좀 다르다. 저절로 나서 자라면 ‘자생(自生)’이요, 이런 것이 잔뜩 모여 이룬 무리는 ‘군락(群落)’이다. 사람이 일부러 심고 가꾸면 ‘재배(栽培)’라 한다. 사람이 길러도 어패류 따위는 ‘양식(養殖)’, 짐승은 ‘사육(飼育)’이라 일컫는다. 이제는 식물에도 ‘서식’을 쓸 수 있다니, 물고기를 ‘재배’한다고 하는 식이라 개운치 않다.

     

    국립국어원 사전에서 인정한 쓰임새니 그렇다 치고. 이게 무슨 망발인가 싶을 때가 있다. ‘등산객들이 어디에 좋다는 소리를 들으면 떼로 몰려와서 약초를 남획해 가는 바람에….” 약초를 남획한다? ‘남획(濫獲)’은 물고기나 짐승을 마구 잡는다는 뜻. ‘어획’ ‘포획’과 같은 ‘획’을 식물에 쓰다니 어불성설이다. 풀어 쓰면 ‘약초를 마구 잡는다’는 말이므로. 거꾸로 짐승인 멧돼지를 ‘잡는다’ 않고 ‘캔다’거나 ‘채취(採取·풀 따위 자연물을 거두는 일)한다’ 하면 되겠는가. ‘명태를 남벌(濫伐·나무를 마구 벰)해 씨가 말랐다’ 역시 얼토당토않듯이.

     

    참새들도 먹고사느라 저리 열심이겠지. 울타리 숲이 혹시 보금자리는 아닐까. 오래전부터 지나다니던 곳에서 이제야 발견한 즐거움이다. 기특하구나 얘들아. 이 놈팡이한테 곁을 좀 주지 않으련? 남의 집 구경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글지기 대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