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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밥 좋아합니다.
아들이 해외로 떠나기 전
남편은 아들을 위해 흰쌀밥만 보름간 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흰밥 먹느라 힘들었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은 거의 매일 저녁을
친구 만나느라 집에서 밥을 안 먹었으니
고스란히 그 밥은 남편과 제가 먹어야 했지요.
요즘
콩밥 먹는 맛이 좋습니다.
부여 친구가 농사지은 쌀이라서
그야말로 반찬 없이 밥 한 공기 다 비울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밥인데 거기다 콩까지 넣었으니.
어릴 적 저는 콩밥이 싫었습니다.
아이들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제가 초등학교도 입학도 안 했을 때인데
저와 나이차가 17살 나는 큰오빠가 공군이었습니다.
제 기억에 큰 오빠는 휴가를 자주 왔습니다.
그때마다 엄마는 콩밥을 했습니다.
둥근상에 모여 앉아 밥을 먹는데
콩이 잘 씹히지 않으니 먹기 힘이 듭니다.
밥에 있는 콩을 골라서 밥그릇 한 곳에 모은 후
한꺼번에 떠서 먹었습니다.
싫은 것 먹어치우고
나머지 밥을 편하게 먹을 생각이었지요.
그런 모습을 본
큰오빠가 제게 하는 말
'콩이 맛있다고 콩만 골라 먹느냐'라고
우리 오빠는 어려서도 콩밥을 잘 먹었던 모양입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저런 말을 하다니요.
그때부터 쭈욱
저 오빠하고는 안 통합니다.
휴가만 나오면 저는 엄마 치맛자락을 붙잡고
엄마, 큰오빠는 언제 서울가?
언제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세상에는 콩밥을 먹어야 할 자가 많은데
그들도 저처럼 콩밥을 좋아할까요?
하루하루가 심란한 날입니다.
오늘 콩밥 얘기는
볶은 콩을 선물 받으며 콩밥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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