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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밥이라면...
    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25. 16:33

    접수대에 명함을 내밀고 원장님 뵙기를 요청하면서

    원장님을 뵐 수 있을까 하니

    8층 행정실로 가라고...

     

    거긴 이미 내가 들렀던 곳.

    "원장님께 명함을 보여드려 달라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으냐" 해도

    원장님은 안 본다고...

     

    원장님은 환자만 보고

    영업사원은 안 본다고.

     

    (오래전 원장을 만나기 위해

    아픈 환자인 척 진료권을 끊고 만난 적도 있다)

     

    기다리다 보면

    원장님도 점심을 드시러 가겠지.

    그때 따라가서 명함을 드리고 잠깐 얘기해볼 수 있을 거라고

    환자 대기석에 앉아 있는데

     

    40대로 보이는 양복 입은 남자가

    초밥 쇼핑백을 들고 다른 진료실로 가는 게 보였다.

    1분이나 지났을까 

    앞서 그 남자가 빈손으로 다시 지나갔다.

     

    그래,

    점심시간 전이니까

    초밥을 사다 바치면서 영업을 하는 거야.

     

    그는 원장이 어떤 생선의 초밥을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는 거야. 

     

    저렇게 대접받고 있는데

    나는 명함만 내밀고 있으니...

     

    보험회사 설계사처럼

    빈손으로 다니지 않고 음료나 간식거리를 사서 들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게 돈만 들어가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음료를 여러 번 사다 주고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서

    더 기분 나빴던 기억도 있다.

     

    마스크에 가려진 미소를 장착하고

    최대한 부드럽고 겸손한 목소리로 

    명함을 내밀어도

    접수대에서 커트되는 게 다반사.

     

    카탈로그나 두고 가세요!

     

    오늘

    기기를 살법한 병원으로 편지를 쓴다.

     

    이 편지는 행정실 누군가가 개봉하여

    원장님 손에 닿기도 전에 버려지는 일은 없기를...

     

    이것저것 과잉 진료해서 돈만 뜯어낼  생각 말고

    진정 환자를 낫게 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기를...

     

    가뭄에 콩 나듯 있는 그분들에게

    축복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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