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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관심이 많지만
내가 사는 옷은
늘 그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림만 하고 산다면
좀 자유롭게 입었을 텐데.
여자여자한 옷이라던지
레이스가 달린 긴치마라던지
편한 바지라던지.
머리도 내 맘대로 한다던지.
병원에 영업을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옷 하나를 사도
병원에 입고 갈 수 있나 없나로 판단하여 사다 보니
정작 입고 싶은 옷은 못 입어보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쉬는 날 교회 외에는 다른 곳에는 다니지도 않으면서
쉬는 날 용으로 옷을 살 수도 없고
티셔츠 조차도 사지 않는다.
억 단위의 기기를 팔러 다니면서
내가 옷차림에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보이는 첫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으로 보이게
좋은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단정해 보이는 옷만 생각했지
좋아 보이는 옷을 입을 생각은 여태 못해봤다.
오늘 파주 운정에 영업을 하러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
바로 앞에 있는 옷가게 옷을 유리를 통해서 들여다보다가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머리를 디밀었다가
유리에 코를 들이박았다.
아.... 소리가 저절로 나오면서
유리를 너무 깨끗이 닦아놓은 가게 주인 탓을 하고 싶었다.
구제품 같은 옷이라서 내가 살 옷도 없었으면서
뭘 그런 옷을 들여다보느라고.
영업이 잘 안 되는 게
마치 내 차림 때문이었다고 핑계를 대고 싶다.
좀 폼나는 옷을 입고
그럴싸한 가방을 들고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영업을...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이제야 깨달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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