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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싼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닐 일도 없겠지만
전철에서 자리를 잡고 서있게 되면
가방부터 바닥에 내려놓는다.
에르메스가 아니라서?
가방은 가방 역할만 하면 된다.
신주모시듯 그럴 바에야 안 들고 만다.
어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운정을 향하여 갈 때
많은 승객이 내리고 왕십리 역에서 자리에 앉게 되면서
바닥에 놓여 있는 내 가방을 내쪽으로 더 가까이 놨을 뿐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가방 중에서 제일 비싼 가방도 (당근에서 저렴하게 샀다)
바닥에 내려놓고 가는데
맞은편 여사님께서
승객이 앉아야 할 자리에 가방을 떡하니 놓고 계신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그 가방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여사와 눈이 마주치면
내 가방을 보라고... 바닥에 있지 않느냐고
눈짓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가방을 치워달라는 사람이 앉았었고
그 사람이 내리고 나니 다시 그 가방에 자리를 차지하는.
난 텅텅 빈 전철 안에서도
옆 자리에 가방은 놓는 짓은 안 한다.
내 가방은 중하고
자리를 앉아야 할 사람이 가방 주인의 눈치를 보게 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내가 기본으로 쓰고 있는 DAUM에서 로그인했더니
아이디 아래로
이 가방이(#3) 며칠 째 머물렀다.
내가 이것을 살 수준으로 본 것일까?
어쩌다 실수로 가방 광고를 눌렀었겠지.
저 가격은 누군가 실수로 잘못 입력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뭐니
저걸 들고 어디를...
저걸 들고 갈 곳이 없어서 안 산다!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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