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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접받는 가방
    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9. 14:00

    내가 비싼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닐 일도 없겠지만

    전철에서 자리를 잡고 서있게 되면

    가방부터 바닥에 내려놓는다.

     

    에르메스가 아니라서?

     

    가방은 가방 역할만 하면 된다.

    신주모시듯 그럴 바에야 안 들고 만다.

     

    어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운정을 향하여 갈 때

    많은 승객이 내리고 왕십리 역에서 자리에 앉게 되면서

    바닥에 놓여 있는 내 가방을 내쪽으로 더 가까이 놨을 뿐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가방 중에서 제일 비싼 가방도 (당근에서 저렴하게 샀다) 

    바닥에 내려놓고 가는데

    맞은편 여사님께서 

    승객이 앉아야 할 자리에 가방을 떡하니 놓고 계신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그 가방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여사와 눈이 마주치면

    내 가방을 보라고... 바닥에 있지 않느냐고

    눈짓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가방을 치워달라는 사람이 앉았었고

    그 사람이 내리고 나니 다시 그 가방에 자리를 차지하는.

     

    난 텅텅 빈 전철 안에서도

    옆 자리에 가방은 놓는 짓은 안 한다.

     

    내 가방은 중하고

    자리를 앉아야 할 사람이 가방 주인의 눈치를 보게 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내가 기본으로 쓰고 있는 DAUM에서 로그인했더니 

    아이디 아래로 

    이 가방이(#3) 며칠 째 머물렀다.

    내가 이것을 살 수준으로 본 것일까? 

    어쩌다 실수로 가방 광고를 눌렀었겠지.

     

    저 가격은 누군가 실수로 잘못 입력한 것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뭐니

    저걸 들고 어디를...

    저걸 들고 갈 곳이 없어서 안 산다!

     

    기가 막히는 순간이었다.

    좌석에 앉은 가방
    바닥에 있는 내 가방

     

    #3 .내 수준을 높이 평가한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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