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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황 샘이라고 불러서 그가 학교 선생인가 했었다.
그런 그가 여천공단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모두 부르기 편해서 황 샘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말이면 고향 동네에 가서
집집마다 내놓은 농작물들을 카스에 올려서 팔아준다.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 깨. 사과. 청국장. 된장
곶감. 마늘. 밤. 시금치. 참외. 부각. 토마토. 상추
인삼. 고로쇠, 사과즙. 쌀.
뭐든지 팔아주고
올리기만 하면 완판이다.
무료 봉사하는 것이란다.
나도 황 샘을 통해서 반건시와 고구마 그리고 봄동김치를 사 먹었고
고향은 순창이고 집은 여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수
여수라니...
혹시 소라면 대포리를 아느냐 물었더니
자기도 소라면 산단다.
그리고 대포리는 엄청 크단다.
내가 찾는 그가 누군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사람을 찾아 줄 수 있겠느냐 했더니
찾아 주겠단다.
그게 작년 10월 1일이었는데
찾아 주겠다는 것은 날 위로하는 말이었는지
매주 순창에 있느라 대포리에 사람 찾으러 간다는 말이 없더니
어제 전철 안에서 황 샘의 전화를 받았다.
작년에 고구마 때문에 전화통화를 하고 두 번째 통화.
잘 계시냐고?
전철 안내음을 들었는지 어디 가냐고?
그러다가 사람은 안 찾아주냐고 물었더니
아는 사람이 그 동네 살아서 물었더니 그 사람 거기 안 산다며
그 집이 원대포리 부자라네요 한다.
뭐하러 찾느냐기에
<난 돌아가신 엄마보다 그 사람이 더 보고 싶다고>
그러냐고
<죽기 전에 한 번 꼭 보고 싶다고>
그 정도냐고?
알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꼭 찾아주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쌀 한가마는 왜 보내겠다는 건지
그 맘을 모르겠다.
주말에 순창 집에 가서 보낸다고.
날 보면(?) 뭘 자꾸 주고 싶어 지나?
그런 건가?
쌀은 안 보내 주셔도 되니
그 사람이나 찾아 주시길 부탁했다.
꼭
보고 싶다.
꼭.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그 동네에 가고 있다고
10분 후면 도착한다고
내가 찾는 사람과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고.
제발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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