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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함메드 압둘 모멘
    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6. 18:37

    방글라데시에서 온 1973년 생 모멘은 나를 누나라고 부른다.

     

    25년 전 작은 오빠 사진관에 갔다가 손님으로 온 모멘을 봤고

    타인과 친밀도 높은 오빠를 둔 덕에 모멘과 인사를 했을 뿐인데

    어느 날 우리 회사에 오겠다고 해서 사무실로 왔었고

    작은 오빠보다 내가 좀 더 친절하다는 것을 알고는 오빠보다 내게 더 많은 것을 묻고

    도움을 청해왔다.

     

    모멘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지도 꽤 되었는데도

    이해 못 한 문자가 오거나 카톡이 오면

    우선적으로 내게 보내서 묻는다.

     

    누나 이게 뭐예요?

     

    요즘 같이 검사를 사칭하는 문자에

    액정 깨졌다고 오는 스미싱 문자까지

    모두 내게 물어본다.

     

    은행에서 오는 정상적인 문자까지도

    혹여.. 사기인가 하여 물어본다.

     

    모멘은 도봉동 다세대주택에 산다.

    이웃에 살던 집에서 이사할 때에도

    S전자에 연락해서 에어컨 이동설치도 접수해줬고

    냉장고도 내가 심부름해서 사줬다.

     

    내가 언니 오빠들과는 카톡을 하느라 통화할 일이 거의 없는데

    모멘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를 한다.

    아침도 좋고 10시 넘은 시간에도

    필요하면 전화를 한다.

     

    며칠 전 사진을 두장 보내왔다.

    누나 아파트 되었어요 라며.

     

    임대아파트 임대차 계약 안내문이다.

    와우... 그 힘든 것에 당첨되다니

    우선 축하를 하고

    계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라서

    내가 동행해주마 했었고

     

    계약 날이 오늘이라서 

    회사는 오전을 비우고 

    모멘과 함께 관리사무소에 가서 계약을 하고 

    15층에 올라가서 실내도 구경했다.

     

    널찍하니 좋다.

    실평수가 15평 정도 된다 했는데

    내가 신혼초에 살았던 18평 보다 넓었다.

     

    방 2개짜리 아파트는 현관 앞 방은 대부분 다 작았는데

    눈대중으로 본 방은 두 개가 비슷해 보였고

    오히려 현관 앞 방이 조금 더 큰 듯 보였다.

     

    싱크대는 이미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도배도 새로 했고 욕실에 수전도 다 새 거로 교체되어 있었다.

    입주 전까지 청소도 다 해놓는 다 한다.

     

    모멘은 스쿠터로 회사로 간다고 해서

    나는 마을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가려고 

    이삿날 보자고 하고 돌아서는데

    누나 잠깐만요... 하더니

    가방에서 뭘 꺼낸다.

     

    뭘 더 물어볼 게 있나 싶어서 기다렸더니

    봉투를 하나 준다.

    누나가 밖에서 식사도 안 하시고 하니

    누가가 드시고 싶은 것으로 드세요... 한다.

     

    이런 거 안 줘도 된다고 했더니

    내가 실수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게 아니고...

     

    누나는 이런 거 안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모멘은 주고 싶다고 해서... 받았다.

     

    버스에 타서 봉투를 열어보니...

    뭐가 이렇게 많아

    받아도 2~3만 원 정도면 되는데...

    신세계 상품권 2만 원과 함께 현금 18만 원이 들어 있어서 놀랐다.

     

    내가 모멘에게서 봉투 받았다고 하면

    언니 오빠가 놀랄 텐데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고.

     

    이 돈에 보태어 패브릭 소파 하나 사줄까.

     

    모멘은 아파트가 맘에 든다고

    기분이 몹시 들떠 있다.

     

    집세 올려 달라고 안 할 테고

    이사 가라고 안 할 테니

    모멘이 그곳에서 민준이랑 부인이랑 잘 살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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