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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햅쌀이 왔다.
어젯밤에는 쌀자루를 못 봤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거실을 오가다가
창가 쪽에 있는 쌀자루를 봤다.
저 쌀은 언제 온 거야?
어제!
어제는 쌀이 왔다는 말을 왜 안 했을까?
'당신 친구에게서 쌀 왔어!'라고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자기네 식구 외에는 전혀 나눌 줄 모르는 남편은
친구가 보내오는 저 쌀이 얼마나 큰 마음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일요일 부터 골질을 하고 있는 남편은
계속 골질해라 하고 내버려 두는 중이다.
몇 년 전
남편은 부여에서 쌀이 왔다고
쌀자루의 띠지만 보고
큰처남이 보낸 거냐고 내게 물었었다.
쌀자루에는 받는 이에 대한 정보만 있을 뿐
보내는 이에 대한 정보는 부여가 전부였기에
큰처남이 부여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뭐든지 있으면 나누는 사람이 있고
버릴지언정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 있어 >라고
한 마디 했다.
친구는
맛있는 쌀이라고 해서 농사지었는데
수확은 줄었다며
찹쌀을 섞어서 보냈단다.
<이런 친구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라고
자신 있게 외쳐본다.
수확한 그 쌀만 보내주어도 고마운 것을
찹쌀을 사서 섞어서 주다니....
아무나 못 하는 마음씨다.
해마다 보내주는 친구의 쌀 덕분에
밥맛이 이런 것이 구나 느껴보게 된다.
금년 햅쌀은
일산에 안 보내고.
나만 먹을 거야!
一米七斤 이라는데
해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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