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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손짓
    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8. 16:49

    5호선 출근길

    맞은편에 앉은 오십이 넘어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두 남녀.

    두 사람 똑같은 베이지색 마스크를 썼는데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내가 가진 마스크를 주고 싶어 져서 

    가방을 열어 마스크가 들어있는 지퍼백을 보니

    새 마스크가 5개 있다.

     

    두 개를 오른손으로 집고 망설인다.

     

    마스크 드려도 될까요? 

    이 마스크 써 보실래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적당한 말이 없다.

     

    마스크 내밀었다가

    <날 거지인 줄 아냐>고 대들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에

    가방에 넣었던 손을 뺐다.

     

    올림픽 공원역에서 내가 내리도록

    그분들은 내리지 않았다.

     

    마천까지 가시나?

     

    그리고 다음 날

    옅은 분홍색 마스크를 하고 여자 혼자 앉아있다.

    어려운 형편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은 맘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자리에 앉다 보니 그녀 옆에 앉았다.

     

    맞은편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뭐라고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그녀를 쳐다보던 남자가 오른쪽 끝쪽으로 이동했다.

     

    정신이 좀 부족한가

     

    관심 두지 말자하고 펼친 신문을 읽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남자 둘이 그녀가 앉은자리 옆 문으로 타서는

    빈자리에 앉지 않고 선 채로 둘이서 대화를 했다.

     

    그녀가

    그 두 사람을 향해  손짓을 하며 또 뭐라고 하니

    두 남자 중 한 남자가 그녀의 말에 관심을 보였다.

     

    왜 저러지.

    눈은 신문을 보고 있었지만 신경은 그녀와 두 사람에게 가 있었다.

     

    그녀는

    빈자리가 있으니 저기 앉으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었다.

     

    그럼

    아까 그 남자에게도?

     

    분홍색 임산부석에 앉아서 

    애들 그네 타듯이 다리를 흔들흔들하는 그녀는

    고운 심성을 가졌다.

     

    결코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내가 실수할 뻔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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