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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수수
    내가 사는 이야기 2022. 7. 23. 18:10

     

    몇 년 전

    큰언니가 옥수수 한 자루를 사서 보내온 적 있다.

    그 많은 것을 보고 남편은 한숨을 쉬었었다.

     

    많이 보낸 것은

    쪄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라는 뜻이겠지 했었다.

     

    그때의 그 옥수수는 

    경비실 아저씨 주고

    미용실 주고

    쪄서 중계역 화장품 가게 언니도 주고

    회사 옆 마트 계산하는 분들에게도 쪄서 가져다줬었다.

     

    남편은

    옥수수자루를 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옥수수를 본체 만체했었다.

     

    엊그제는

    홍천에 사시는 선생님께서 옥수수를 보내오셨는데

    무려 50개가 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박스를 뜯으며 한 숨 쉬었겠지..

     

    옥수수 박스 뚜껑은 뜯겨 없었고

    누가 보냈는지 보라고

    물표만 떼어서 신발장 위에 있었다.

     

    다음날 아침

    경비실 아저씨가 자리에 없기에

    옥수수 담은 봉지를 경비실 테이블에 놓고

    15개는 사무실에 가져와서 몇 개 쪘고

    쪄 놓은 옥수수와 날 옥수수는 집에 가져가시라고 대표님께 드렸다.

     

    (그날 저녁, 사모님에게 옥수수 맛있다는 카톡을 받았다)

     

    어제 지방  출장을 가느라 6시에 집을 나섰었고

    현관 앞에 옥수수를 박스를 보면서

    다녀오면 옥수수를 쪄 놨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옥수수 박스는 그대로였다.

     

    저 쫌팽이 봐라.

    하는 짓이 참으로 곱기도 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남은 옥수수 전부를 껍데기 벗기고 씻어서

    커다란 냄비 두 개에 나눠서 다 쪄버렸다.

     

    일부는 냉동실에 넣고

    다섯 개와 세 개씩 봉투를 나눠 담고

    접시에 옥수수 2개만 두고 

    하계동 사시는 권사님께 드리려고 집을 나섰다.

     

    중계역에서 청소하는 미화원께

    따뜻한 옥수수 3개 드리고

    잘먹겠다는 인사를 받았다.

     

    권사님께서는 한 이틀 아프셨다고.

    어제 터미널에서 산 빵과

    찐 옥수수와 작은 오빠의 지인께서 주신 양파 10개를 

    2개의 봉지에 담아서 커다란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가방이 무거웠다.

     

    지난주  내가 장염으로 아파서 고생할 때

    권사님께서는  밤, 대추, 건포도를 많이 넣은 약식과

    소금 넣어서 찐 감자 5개

    그리고  복숭아 6개를 사다가

    현관 밖에 두고 가셔서는

     

    별거 아니지만 문 밖에 두고 왔다고 

    먹고 기운 내라는 카톡을 보내셨었다.

     

    흰 죽은 맛도 없고 안 넘어가는데

    찹쌀로 한 약식은 먹어졌고

    감자도 생각날 때마다 한 개씩 먹었더니

    속이 든든했었다.

     

    권사님의 정성 가득한 음식에 

    먹으면서도 울컥했었다.

     

    아픈 사람에게 폐 안 끼친다고

    경비실에 맡긴 것도 아니고

    문 앞에 두고 가시는 분.

    참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시다.

     

    막내가 아프다고

    큰언니는 동생이 걱정되어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했고

    형부는 링거라도 맞으라고 거금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많이 받으면

    나눠 먹으면 되는데

    그 많은 옥수수

    일산 어머니 드리겠다고 하면

    기꺼이 20개 장바구니에 담아 줄 수도 있는데...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을 나누지 못하고

    옹색함에 갇혀서 살고 있다.

     

    먹잘 것도 없는 콩 한쪽을 나누자는 말은 아닌데...

     

     

    20220723 주신 은혜 감사하는 커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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