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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큰언니가 옥수수 한 자루를 사서 보내온 적 있다.
그 많은 것을 보고 남편은 한숨을 쉬었었다.
많이 보낸 것은
쪄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먹고 싶을 때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라는 뜻이겠지 했었다.
그때의 그 옥수수는
경비실 아저씨 주고
미용실 주고
쪄서 중계역 화장품 가게 언니도 주고
회사 옆 마트 계산하는 분들에게도 쪄서 가져다줬었다.
남편은
옥수수자루를 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이유로
옥수수를 본체 만체했었다.
엊그제는
홍천에 사시는 선생님께서 옥수수를 보내오셨는데
무려 50개가 들어 있었다.
이번에도 박스를 뜯으며 한 숨 쉬었겠지..
옥수수 박스 뚜껑은 뜯겨 없었고
누가 보냈는지 보라고
물표만 떼어서 신발장 위에 있었다.
다음날 아침
경비실 아저씨가 자리에 없기에
옥수수 담은 봉지를 경비실 테이블에 놓고
15개는 사무실에 가져와서 몇 개 쪘고
쪄 놓은 옥수수와 날 옥수수는 집에 가져가시라고 대표님께 드렸다.
(그날 저녁, 사모님에게 옥수수 맛있다는 카톡을 받았다)
어제 지방 출장을 가느라 6시에 집을 나섰었고
현관 앞에 옥수수를 박스를 보면서
다녀오면 옥수수를 쪄 놨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옥수수 박스는 그대로였다.
저 쫌팽이 봐라.
하는 짓이 참으로 곱기도 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남은 옥수수 전부를 껍데기 벗기고 씻어서
커다란 냄비 두 개에 나눠서 다 쪄버렸다.
일부는 냉동실에 넣고
다섯 개와 세 개씩 봉투를 나눠 담고
접시에 옥수수 2개만 두고
하계동 사시는 권사님께 드리려고 집을 나섰다.
중계역에서 청소하는 미화원께
따뜻한 옥수수 3개 드리고
잘먹겠다는 인사를 받았다.
권사님께서는 한 이틀 아프셨다고.
어제 터미널에서 산 빵과
찐 옥수수와 작은 오빠의 지인께서 주신 양파 10개를
2개의 봉지에 담아서 커다란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가방이 무거웠다.
지난주 내가 장염으로 아파서 고생할 때
권사님께서는 밤, 대추, 건포도를 많이 넣은 약식과
소금 넣어서 찐 감자 5개
그리고 복숭아 6개를 사다가
현관 밖에 두고 가셔서는
별거 아니지만 문 밖에 두고 왔다고
먹고 기운 내라는 카톡을 보내셨었다.
흰 죽은 맛도 없고 안 넘어가는데
찹쌀로 한 약식은 먹어졌고
감자도 생각날 때마다 한 개씩 먹었더니
속이 든든했었다.
권사님의 정성 가득한 음식에
먹으면서도 울컥했었다.
아픈 사람에게 폐 안 끼친다고
경비실에 맡긴 것도 아니고
문 앞에 두고 가시는 분.
참으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시다.
막내가 아프다고
큰언니는 동생이 걱정되어
하루에 두 번씩 전화를 했고
형부는 링거라도 맞으라고 거금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많이 받으면
나눠 먹으면 되는데
그 많은 옥수수
일산 어머니 드리겠다고 하면
기꺼이 20개 장바구니에 담아 줄 수도 있는데...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은 평생을 나누지 못하고
옹색함에 갇혀서 살고 있다.
먹잘 것도 없는 콩 한쪽을 나누자는 말은 아닌데...
20220723 주신 은혜 감사하는 커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