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지난 일요일
오후 2시 예배까지 마친 후라서
3시를 넘겼는데
장*숙 권사께서 내 팔을 잡고 어딜 가잔다.
딱히 할 숙제도 없어서 따라나섰더니
유*옥 권사님 차로 이동한다 해서
제네시스 새 차의 뒷좌석을 배정받아
소*순 권사님 농장(텃밭)으로 고고 싱
소*순 권사님은 내 구역의 구역장임에도 불구하고
난 장권사님이 잡아끌어서 가게 되니
소 권사님 왈
내가 바쁜 사람이라... 안 끼워준 것이라고.
(일요일에 바쁘긴 개뿔)
그렇게 하여 진건읍 배양리에 도착하니
농막에는 모든 가전제품이 있다.
심지어 에어컨에 노래방기기까지.
거기에는 먼저 도착한
김*애 권사도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교회 옆 빵집에서 산 앙버터 빵을. 커피와 함께 먹는데
나 빼고 모두 앙버터를 모른다고.
나보고 나이보다 젊게 산다는 말을 해서
혼자 큭~ 하고 말았다.
긴팔 상의와 바지. 양말 그리고 챙 달린 모자까지
모두 배급받아서 장갑을 끼고 고구마 밭으로 투입되었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알아서 따 가란다.
커다란 소쿠리에 장권사님이 따는 순과 같이 담았다.
방에 들어와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기는데
소 권사님은 라면을 끓이며 먹고 하자고.
라면이 부족해 비빔면도 넣고 끓였다는데
너구리도 들어 있는 라면은 엄청 맛있었다.
노동후 식?
저걸 누가 다 먹나 싶을 정도로 고구마순을 따서 벗겨왔는데
우리 집 主夫께서
고구마 순 반찬을 할 줄 모른다고.
다음날 출근길에 다 가지고 나와서
1009호 할머니댁 문 앞에 놓고 (너무 일러서 벨을 누를 수 없었음)
바로 수지로 출장 다녀오고 바빠서
할머니를 뵙지 못했다가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서야 시간이 났고
마침 현관문을 열려 있고 방충문으로 닫아놓은 할머니댁을 빼꼼히 보니
식탁의자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보이기에
할머니
지난번에 고구마순 두고 갔는데... 했더니
고구마 순이 먹고 싶어도 비싸서 못 사 먹었는데
누가 잔뜩 갖다 놔서 며칠을 잘 먹었는데
10호부터 15호까지 다 물어봐도 아니라고 해서
새댁( 할머나 보다 젊은 나는 그분 보시기에 새댁?)은 문을 두드려서 말을 하고 주는데... 아닐 것 같고
다 물어봐도 아니라고 해서
내가 믿는 사람이라서 새벽마다 기도를 하는데
누군지 몰라서 꽃길만 걷게 해달라고 했다고...
오늘은 현관문 밖에 써 붙이려고 했다고
고구마 순 주신 분이 누군지 몰라서 답답했는데
이제 속이 시원하다는 할머니.
더 기도하시게
내가 드렸다는 말 하지 말 걸 그랬나...
내일부터 날 위한 기도 안 하시겠는 걸.
할머니 모습이 엄청 온화하고 곱다 했더니
역시 예수 믿는 분이셨네.(흠흠)
현관문에 교패가 없어서 믿는 분인 줄 몰랐다는.
한 달 전쯤인가
핫케익이 먹고 싶은데
달걀이 딱 1개뿐이라서 할머니댁에 꾸러 갔더니
달걀을 주시면서 "갚지 말라고. 10개를 꿔줬다면 갚아야 하지만
1개는 갚는 것 아니라"라고.
나는
핫케익을 드릴 생각이었고
갚으려고 했는데
저리 말씀하시니...
만들자마자 한 개 맛보고
3개를 접시에 담아서 드렸더니
금세 맛있는 것을 했냐고...
할머니의 달걀 갚지 말라는 말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해야지라고 잘 기억하고 있음이다.
지난 일요일은 우리 구역 식사 당번이었고
소 권사님은 댁의 밭 고구마순을 반찬으로 올리셨다.
50명이 먹을 반찬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울 고.
고구마순 반찬을 잔뜩 받아먹어 보니 참 맛있다.
다 벗겨진 고구마순
삶아서 물기 빼서 양념해서 무치거나 볶거나 하면 되는 거 아뉴?
못할 게 뭐 있다고.
우리 주부 한참 멀었다고
나는 여우소리를 하고 있다.
20230905 마음의 여유도 내가 만드는 것. 여유 있게 살겠다며 여유 부리는 커퓌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정형외과 원장님 (0) 2023.09.12 그녀의 이름 '앙마와 마녀' (1) 2023.09.06 이것도 갑 질 (2) 2023.08.29 숨어우는 바람소리 (2) 2023.07.25 쿠팡 (2)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