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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 '앙마와 마녀'내가 사는 이야기 2023. 9. 6. 19:43
그녀가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은
그녀의 59세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
오전 10시 예천군 예천읍 대심리 '서악사 대웅전'에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모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남자는 병민이와 큰집 아들 그리고 스님뿐이고
모두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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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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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승용차를 운전하고 출근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고
5일 만에 사과밭에서 발견되었으니....
장례식장은 눈물바다였다.
여덟 자매 중에 넷째인 마녀.
아래로 네 명의 동생들은 고등학교까지 마쳤다는데
그녀는 아홉 살부터 남의 집살이를 했다는 말을 장례식장에서 듣고
기가 막혔음이다.
그녀가 글을 기가 막히게 재밌게 써서 팬들이 많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마녀의 윗집에 사는 공주 그리고 그녀의 딸 은빈.
애주가였던 남편이 간경화로 2019년에 떠나고
남편의 일터였던 농기구 수리점인 황소철공소를 정리하고
시내가 아닌 촌으로 들어가 농가도 사고 컨테이너 집도 하나 더 만들어서
한동안 집 꾸미는 재미로 지냈다.
철공소 할 때도 부품 사러 안동으로 대구로 오가는 것은 그녀였으니
가만히 놀지 못하고 사서 고생하느라 제2의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로 활약했음이다.
어느 요양보호사가
밭에 농약까지 쳐주는가.
그녀가 떠난 자리에 오는 요양보호사는 죽을 맛 일 것이리라.
촌 어른 찬거리 없다고 내 지갑 열어서 반찬해 주는 그녀이니
아무도 못 말린다.
요양보호사일에 적극적인 그녀가
속풀이 글을 잘 쓰는 사람인줄은 그 어르신들은 상상도 못 했으리라.
그녀가 방문한 집마다
그녀를 향한 칭찬 일색이니
그 재미에 힘든 것도 잊고 새벽 6시에 나가서 오후 6시에 들어오며
행복하다던 그녀였다.
햇볕 쨍쨍한 9월 1일
49재 의식을 마치고 대웅전 앞 계단을 내려오는 데
수더분한 인상의 중년 여성이 내게 '어디서 오신 친구분이냐'라고 묻기에
서울에서요.
지난 장례식에도 오셨지요?
네.
"친구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아주 잘 써서 팬들이 많았어요 저도 거기서 만났어요" 했더니
"형님이 글을요?" 하며 놀란다.
자매들도 마녀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는데
더군다나 손아래 동서가 뭘...
서울의 수도학원을 몇 달 다녀봤다던 마녀.
정규과정을 조금만 더 배웠더라면
신경숙 저리가라로 유명했을 텐데...
내가 예수쟁이이거나 말거나
극락왕생 하라고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스님 목탁소리 따라 절했음이다.
살아있는 자의 눈물이 모자라
좋은 곳에 못 갈까 봐서
49일 내내 수시로 울었다 ( 나 예수쟁이 맞아?..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예수 믿으라는 말을 못 한 게 후회되고
믿으라고 했어도 안 믿었을 것이라고 넘겨짚어본다.
나는 그녀가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49일 동안 올려두었던 그녀의 사진을
카톡프로필에서 내렸다..
마녀야 사랑해
고마웠어!
오래오래 기억할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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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명이 나물 먹고 싶은데.... 은빈이가 할 줄 아려나?
20230906 내 친구의 장윤남의 명복을 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