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그 정형외과 원장님
    내가 사는 이야기 2023. 9. 12. 19:32

    병원 건물을 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작년 10월부터 그 병원을 방문했다.

     

    초콜릿을 선물 포장해서 1차로 보내고

    2차로 방문했을 때

    원무과장을 만나 병원 정보를 들었고 

    원장님을 쉽게 만나게 해 주셨다.

     

    엘리베이터 없는 오래된 건물 2.3층 병원.

     

    원장님은 70이 넘으셨고

    아들이 모 척추관절 전문병원에서 관절 담당으로 수술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아들은 이미 만나봤음이다.

     

    건물 짓는 병원에 합류하실 것이라 생각했으나

    지금 당장은 합류하지 않는다며

    기기 설명을 잘 들어주셨었다.

     

    老 원장님께 우리 회사 기기를 설명드렸을 때

    내가 40년을 한 사람인데( 정형외과 진료)

    난 내가 고치는 것을 좋아하지 기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연배가 비슷한 석교수와의 일화를 얘기해도

    기기의 효과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두 번째 뵈었을 때에는

    '나는 안 사니까 기기 팔 생각 말고 오지 말라'라고.

    그게 지난  6월이었는데

    병원 건물 짓는 게 진척이 없어서 3월에 이전하려던 계획은

    늘어지고 늘어져서 이달에 오픈식을 했다.

     

    예전 승강기 없는 병원에서 환자가 생기면

    환자들을 직접 업어서 3층에 입원시켰다던 부장님은

    새 건물로 가면 고생 끝이라 하셨다.

     

    '병원 살림을 이사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했더니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드디어

    준공이 떨어져서 병원은 이사를 했다.

     

    그간 부장님이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얘기나 들어보고

    원장님께 인사드리려 스타벅스 들러서

    자몽허니블랙티 ( 내 친구가 내 생일날 준 건데...)  사서

    병원 1층에서 건물 안내를 보니 5층에 계시겠다 싶어서 갔더니

     

    5층에서 두리번거리는 내게로, 직원식당에서 나온 여성이 오시더니

    내 얘기를 듣더니 '부장님은 그만두셨다'라고.

     

    30년을 일했는데...

     

    부장님께 그 자리에 서서 전화를 드렸다

    아무리 경력이 있어도 재취업은 힘드실 테고(부장님도 60 되어 보이셨기에... )

    실업급여나 타고 노시라고... 했더니

    기도를 부탁하신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병원장께서 깊이 깨우치고 부장님을 불러 주시면 좋겠는데...

     

    4층으로 내려가서 원장님께 음료를 전달하려고 기다리는데

    여전히 종이차트를 쓰는 그 병원은( 전산이 편하지만 원장님께서 타자가 안 되시는 듯...)

    차트 찾느라 뒤적이고

    환자가 뭘 물어도 뒤져야 하니 대답이 늦고... 아... 답답한 병원.

     

    오전 진료가 끝나고 식당으로 가시려는 원장님을 환자 대기석에서 뵙고

    새로 산 머크타입 텀블러를 드리며

    자몽허니 블랙티예요. 고맙다며 '컵은 드려야지요? 하시기에

    새로 산 것입니다. 원장님 드리려고...

     

    그렇게

    그분은 마스크를 한 나를

    당신의 환자쯤으로 알고 텀블러를 받아 들고 점심 드시러 가셨다.

     

    안 산다고 했지만

    동네 분위기가 사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기꺼이 음료와 텀블러를 투자한다.

     

    그 병원 1층 승강기 코너벽면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성경말씀을 크게 새겼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장 28절 말씀

     

    병원에 와서 쉬라고?

    모든 환자 다 이 병원으로 오라고?

     

    차트를 나르는 간호조무사는 살 빠지겠다.

    차트 찾는 접수대 직원은 익숙하려는지

     

    부장님은 어쩌다 병원을 그만두게 되었을까.

    난... 그것이 궁금하다.

     

     

    20230912  오늘도 외줄 타기를 하고 있는 나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나가니?  (0) 2023.11.02
    참 쉬운 보시  (2) 2023.09.19
    그녀의 이름 '앙마와 마녀'  (1) 2023.09.06
    고구마 순  (0) 2023.09.05
    이것도 갑 질  (2) 2023.08.29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