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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 쉬운 보시
    내가 사는 이야기 2023. 9. 19. 12:25

    큰언니가 삼성병원에 입원했음을 17일 저녁 단톡방에 올렸다

    연례행사인 언니의 입원

     

    작년에도 딱 이맘때 입원했었고

    코로나 검사를 받고 나서야

    언니의 시중을 들 수 있었다.

     

    지금은 코로나 검사 안 받으니 그거 하나 편해졌다.

    오전 8시 시술이라기에

    7시 45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작아진 언니.

    시술 시간이 9시로 확정되어 초음파실로 이동했고

    40여분 지나자 언니가 회복실에 있다며 보호자를 찾는다고

    이름이 대기실 모니터에 떴다

     

    이번에는 언제 하는지도 모르게 쉽게 했다고

    전에는 목에 들어가는 게 느껴져서 힘들었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술했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병원에 돈이 없냐고

    간호사에게 우스갯소리를 했다.

     

    1995년 담석수술을 처음으로 응급으로 가서  상계백병원에서 했을 때

    언니는 수술실을 나오면서 아프다며 신음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시술을 한 게 맞는지

    의심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아무렇지도 않단다.

     

    금식하는 언니 옆에서 

    텀블러에 든 커피를 홀짝거리다가

    같이 졸다가

    회사로 가라는 언니의 말에 2시 무렵 병원을 나섰다.

    (같이 있어도 금식 중이라 해줄 게 없다)

     

    병원 본관 앞 버스 정류장에는

    역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 길게 서있다.

    나도 그 줄에 섰다가 버스를 타고 수서역에 내리며 보니

    걸어서 나와도 될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되었다.

    아픈 사람들이 타는 셔틀버스를 내가 탄 것이라고.

     

    병원으로 갈 때는 마을버스를 탔었고

    병원 본관 앞에 내려줘서 가깝다는 것을 못 느꼈었었다.

     

    일원역 편의점에서 우유하나 사서 마시고

    마스크를 한 채로 전철 개찰구를 통과했고

    고속버스터미널 역 방향으로  승차 대기석에 서려하는데

     

    재색 승복에 챙 달린 모자를 쓴 여승께서 일원역 안전도어 벽에 붙은 노선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목적지를 가늠하는 것 같은데

    손가락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잘 못 찾으시는 것 같아 보였다.

     

    어딜 가시려는데

    저걸 보고 계시나 싶어서

    "스님, 휴대폰에 지하철종결자 어플 없으세요?"

    잘 안 써서 모르신다며

    한강진역을 가신다기에

    휴대폰을 달라고 해서 구글 Play  스토어에서 검색해서

    다운로드해 드리고 사용법도 알려 드렸다.

     

    열차가 도착해서 스님은 저쪽

    나는 이쪽에 앉았다가

    스님옆 빈자리로 내가 가서 앉았다

     

    "스님 카카오맵은 있으세요?"

    그래서 카카오맵도 다운로드하고

     

    사용법도 알려 드렸더니

    고맙다시며 무릎에 올려놨던 쇼핑백에서 떡과 오렌지를 꺼내어 내게 주신다.

    어디서 받은 것이라는데...

     

    스님의 목적지는 한강진역이 아니고 순천향병원이고

    한강진역에서 스님을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다 하시는데

    거기서 내려서 걸어서 갈만한 거리가 아니시라 말씀드리고

     

    카카오맵에서  검색한 결과대로 약수역에서 버스를 한 번 타고

    병원 앞에 내리시기로 결정하시고는

    다른 스님께 전화하셔서 병원에서 보자고 하셨다.

     

    난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내려야 하니 시간이 좀 남아서 얘기하다 보니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 대원사에 계신다고.

    20년 만에 서울에 왔더니 너무 바뀌어 모르겠다고.

     

    열반에 드신 스님은 다비식 안 하시냐 했더니

    돈이 있으신 큰 스님들이나 할 수 있고  비용이 많이 들어서 못한다 하시며

    1억이 든다는 말에 놀랐다.

     

    나를 보살님이라 부르며

    연신 고맙다 하시는 자민스님은

    전철에서 내리는 나를 몸을 돌려 보시며 손을 흔드셨다.

     

    스님 스물다섯 분  계신다는 절.

    내 나이쯤 되어 보이시는 자민 스님 목소리가 정겹다.

     

    두 손 모아 성불하라는 인사를 못 드린 게 아쉽다.

     

    스님, 성불하세요!

     

    떡 포장 밑면에 송파동 영빈떡집 스티커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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