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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 개원할 때
내가 기기를 팔았다.
그때 나는 병원용 의료기기 수입 회사의 회계 담당 과장이었다.
고가의 기기 팔기 힘들다며
시시 때때로 그만두는 영업사원을 보며
내가 해도 저들보다는 낫겠다 싶은 겁 없는 생각으로
영업을 해보겠다고 나섰고
처음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성과를 거둔 첫 계약이기도 했다.
( 못 팔았으면 여전히 회계 담당만 했을 터인데... 괜히 팔아가지고... )
그 병원은 의원이 아닌 병원으로 개원하면서
개원할 때 금융기관의 돈을 많이 써서 추가 대출이 안되었기에
기기대금은 6개월 분할로 받기로 했다.
(지금이야 이해가 되지만)
6개월 할부금을 제날짜에 안 줘서
병원을 찾아가서 지불 담당인 C 원장 면담을 하고 나면 이틀 뒤에나
돈이 들어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뭔 울일이었을까 싶지만
약속한 날에 돈이 안 들어와서 병원을 찾아갔고
원장을 만나고 나와서도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상담실장을 하는 수 간호사 출신 김 ㅅ ㅎ 실장방에서 얘기하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는 일 때문에 울었던 기억은 없으니 그게 전부인 듯싶다)
어느 날엔가 내가 병원에 갔더니
그 실장이 좁은 그녀의 방에서 울고 있기도 했다.
그 실장은 환자가 뭐라고 해서 울지는 않았을 터
분명 고약한 L 원장이 실장을 나무라서 울었을 것이라고.
그 뒤로도 이 병원은
기기를 쓰다 보면 고장 나는 것도 당연할 것인데
마치 내가 몰래 병원에 가서 고장이라도 내고 온 것처럼
저게 왜 고장이냐고....
그 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짜증 유발자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기기 문제 있으면 이 사람 저 사람 번갈아 가며
전화하고 확인하고
기기가 수리되어 '이러이러하게 고쳤습니다'.라는 서비스리포트를 제출하고 서명해 달라고 하면
여기서 저리로 저기서 여기로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그 단순한 내용에 서명하는 것을 미루는 종자들이 수두룩 있었다.
최근
개원한 지 십여 년 만에
건물을 지어 이전을 하는데
우리 기기(우리 회사가 납품한 기기) 옆에 있는 냉장고 코드를 뽑으면서
냉장고 속 아이스크림 녹는다며
이거 먹고 해요, 녹아요 하며... 이건 나 먹을게. 왁자지껄 했고
그 방에 있는 지네들끼리 먹고도 남은 아이스바를 그대로 두었고
냉장실에서 꺼낸 요구르트를 파란색 바구니에 담아두고는
옆에서 기기 해체하느라 수고하는 우리 기술자나 나를 보고도
녹기 전에 아이스바 하나 먹으라는 이가 없었다.
어라, 저것들 봐라
더럽게 못 배운 것들이네.
쟤들은 환자들에게 받아먹는 위치라서 나눠줄 줄 모르는 건가?
마트에서 20개짜리 묶음포장된 것 3000원이면 사는 것을 두고
그게 먹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남은 되는 그들의 됨됨이를 말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총무부의 차장까지 와서 아이스바를 먹으면서
"이거 어떡하냐, 빨리 먹어"라고 하면서
이거 하나 드세요 라는 말이 없어서 더 웃겼다.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 못 배운 것들이라니.
그건 그렇고
힘들게 옮겨간 그 병원의 좁은 복도에서
기획실장을 만나서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더니 한다는 말이
"오래 다니시네요!" 한다.
피차일반이라 해야 하나.
너무 오래 다녀서
내 눈에 저런 것들이 거슬리는 것일까?
그래
너무 오래 다녀서
죄송하다 죄송해!!!!
20240115 병원이름이랑 그 못 배운 자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까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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