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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도 갑 질
    내가 사는 이야기 2023. 8. 29. 17:17

    저녁 늦게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가 38,900 원하는 복숭아를 샀다.

    한 개에 4000원 하는 것도 사 봤기에 개수를 보고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복숭아를 받자마자

    우리 집 살림하는 주부께서 

    복숭아는 냉장고에

    박스는 다 펴서 종이 분리함에

    보호재는 비닐함에 넣었음인데

     

    문제는 복숭아가 맛대가리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14 브릭스라더니 오이보다 못했다.

    과일이 달지 않으면 안 먹는 나는

    꿀을 발라 먹으며, 남편을 향해

    반품할 테니 손대지 말라고.

     

    상품불량으로 접수하니 1:1 접수되기에

    오이 만도 못한 복숭아 못 먹겠다고 썼는데

    답이 없기에

    어제는 다시 반품 접수를 했더니

    오늘 아침 회수한다는 문자가 왔다.

     

    사과는 없었다.

    1개 값을 내라면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

     

    한 개 더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열개 넘은 것 중에 제일 맛없는 것을 시식했을 수 있기에...

     

    그러다가 그것도 더럽게 맛없으면

    2개씩 먹고 반품한다고

    욕 하며... 나를 두고 갑질이라 할까 염려되어

    손대지 않았다.

     

    오늘 아침

    복숭아 박스를 다시 접는 남편은

    구시렁거리며

    포장테이프로 박스를 붙여 현관 앞에 내놨다.

     

    어제저녁, 저 복숭아가 얼마짜리냐 묻기에 알려 줬더니

    그 비싼 것을... 샀느냐고 속으로는 나를 향해 욕을 했을 것이다.

     

    비싼 고기반찬은 형편상 못 먹어도

    식후 과일을 꼭 먹는 나는

     

    비싸다는 샤인머스캣을 

    지지난 주 처음으로 한 송이 (신한카드로 사면 1000원 할인해 줘서 샀다) 사서

    두 번에 나눠 먹었다.

    달긴 달다. 맛있다!

     

    오늘 오후,

    복숭아를 잘 회수했다는 문자를 받으면서도

    맘이 불편하다.

     

    복숭아 과수원 사장님이 나보다 잘 살 것이라고

    진짜 그럴 것이라며 

    쓸데없이 부농을 걱정하지 않기로 애써 위로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 교회 가는 길

    노점의 할머니 부부가 일찍 문을 열고 과일을 팔고 있다.

    조그만 바구니에 담은 자두는 8,000원이라고

    누런 종이 박스를 펴서 뒷면에 가격을 써 놨다.

     

    점심시간 후에

    우리 구역 식구들과 나눠 먹을까 했는데

    점심에 수박이 곁들여 나왔고

    점심 후 바로 성가대 연습하느라

    자두를 씻을 시간이 없었다.

     

    못 나눠 먹은 자두는

    집으로 가져와서 하나 베어 물었는데

     

    으아.... 구역 식구들 드렸다면 망신당할 뻔했다.

    입에 있던 것도 뱉어 버리고

    나머지 모두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음이다.

     

    그 할머니, 할아버지 안 드셔 보고 파셨으리라.

    겉이 멀쩡하니 좋은 과일이라고 파 셨을 거라고...

    그 대신 다시는 거기서는 과일 안 사기로.

     

    8,000원 주고 자두를 샀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셨는데...

    맛없음을 

    알아서 그러셨던 것일까?

     

    1주일에 하루 

    교회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과일가게 앞 그 길.

     

    잊을 수 있을까

    그 자두의 기억을...

     

    20230829 전화 이전 공사 기사님을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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