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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가 38,900 원하는 복숭아를 샀다.
한 개에 4000원 하는 것도 사 봤기에 개수를 보고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다.
복숭아를 받자마자
우리 집 살림하는 주부께서
복숭아는 냉장고에
박스는 다 펴서 종이 분리함에
보호재는 비닐함에 넣었음인데
문제는 복숭아가 맛대가리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14 브릭스라더니 오이보다 못했다.
과일이 달지 않으면 안 먹는 나는
꿀을 발라 먹으며, 남편을 향해
반품할 테니 손대지 말라고.
상품불량으로 접수하니 1:1 접수되기에
오이 만도 못한 복숭아 못 먹겠다고 썼는데
답이 없기에
어제는 다시 반품 접수를 했더니
오늘 아침 회수한다는 문자가 왔다.
사과는 없었다.
1개 값을 내라면 기꺼이 낼 용의가 있다.
한 개 더 먹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열개 넘은 것 중에 제일 맛없는 것을 시식했을 수 있기에...
그러다가 그것도 더럽게 맛없으면
2개씩 먹고 반품한다고
욕 하며... 나를 두고 갑질이라 할까 염려되어
손대지 않았다.
오늘 아침
복숭아 박스를 다시 접는 남편은
구시렁거리며
포장테이프로 박스를 붙여 현관 앞에 내놨다.
어제저녁, 저 복숭아가 얼마짜리냐 묻기에 알려 줬더니
그 비싼 것을... 샀느냐고 속으로는 나를 향해 욕을 했을 것이다.
비싼 고기반찬은 형편상 못 먹어도
식후 과일을 꼭 먹는 나는
비싸다는 샤인머스캣을
지지난 주 처음으로 한 송이 (신한카드로 사면 1000원 할인해 줘서 샀다) 사서
두 번에 나눠 먹었다.
달긴 달다. 맛있다!
오늘 오후,
복숭아를 잘 회수했다는 문자를 받으면서도
맘이 불편하다.
복숭아 과수원 사장님이 나보다 잘 살 것이라고
진짜 그럴 것이라며
쓸데없이 부농을 걱정하지 않기로 애써 위로한다.
어느 일요일 아침 교회 가는 길
노점의 할머니 부부가 일찍 문을 열고 과일을 팔고 있다.
조그만 바구니에 담은 자두는 8,000원이라고
누런 종이 박스를 펴서 뒷면에 가격을 써 놨다.
점심시간 후에
우리 구역 식구들과 나눠 먹을까 했는데
점심에 수박이 곁들여 나왔고
점심 후 바로 성가대 연습하느라
자두를 씻을 시간이 없었다.
못 나눠 먹은 자두는
집으로 가져와서 하나 베어 물었는데
으아.... 구역 식구들 드렸다면 망신당할 뻔했다.
입에 있던 것도 뱉어 버리고
나머지 모두 음식물 쓰레기가 되었음이다.
그 할머니, 할아버지 안 드셔 보고 파셨으리라.
겉이 멀쩡하니 좋은 과일이라고 파 셨을 거라고...
그 대신 다시는 거기서는 과일 안 사기로.
8,000원 주고 자두를 샀을 때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셨는데...
맛없음을
알아서 그러셨던 것일까?
1주일에 하루
교회 가는 길에 지나야 하는 과일가게 앞 그 길.
잊을 수 있을까
그 자두의 기억을...
20230829 전화 이전 공사 기사님을 기다리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