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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송꽃이 피었습니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1. 21. 11:32
2023년 3월 어느 날
청주 L신경외과로 영업을 나갔었고
오전 진료가 다 끝난 후에 원장님을 만났다.
명함을 먼저 간호사를 통해 전달하고 기다렸고
진료실로 들어가도 좋다는 간호사의 손짓을 보고 들어갔더니
원장님께서는
내가 2월에 보낸 초콜릿을 기억하고서
초콜릿 박스를 우측 책꽂이에서 꺼내어
나에게 보여 주시며
내 이름 석자 중에 두자를 부르며
잘 받았노라 셨다.
홍땡동님!
(이를테면 이런 식의 호명이었음. 기억 안 나는 이름 중간자를 땡자로 부르시는 재치)
초콜릿 덕분에 얘기는 순조롭게 이어졌고
'자기를 잊지 않고 기억해 줘서 고맙다'라고.
줄기세포 장비 사려고 하는데
파트너를 설득해서 우리 기기를 사는 것을 검토해 보겠다고 하시며
은근하게 싼 가격을 제시하는 치밀함도 보이셨었다.
가격만 맞으면 기기를 팔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모처럼 신이 났고
그 신나는 마음에
서울에서도 살 수 있는 다육이를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앞 노점에서 네 개를 사 와서
빈 화분에 나눠 심었다.
네 종류의 다육이중
아주 가늘게 삐죽 튀어나와서 올여름 꽃을 피운 것도
있었으나
꽃이 워낙 작아서 카메라에 잘 담기지도 않아서
꽃을 피웠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꽃이 피는 다육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네 종류의 다육이에서 두 종류의 꽃을
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초록이 좋아서 사 왔을 뿐이었는데
꽃이라니.
오늘 아침
상한 달걀을 화분에 주려고 베란다에 나갔다가
어머머 어머머!와송꽃이래요. 오늘 처음 알았어요
기특해라
기특해라.
엊그제 날짜 지난 우유를
물에 1:1로 희석해서 줄 때도 몰랐는데...
오늘은
너로 인해 행복하리라.
고맙다 와송꽃.
사족: L신경외과 원장님께는 지난해 4월에 팔았어요.'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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