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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을 할 때가 지났는데
5만 원을 지출하기 어려워
길어진 머리를 견디는 중이었다.
서류가방을 팔기 위해
영수증 서랍에서 가방 보증서를 꺼내려고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심봤다!'
화장대 문갑에 둔 것으로 기억하고
찾다 찾다 못 찾았던 금이빨이
치과에서 준 밀봉된 반 투명지퍼백에 얌전히 들어있는 채로
내 눈에 띈 것이다.
신기하도다.
여태 여기 있는 줄 모르고
최근에
화장대 문갑을 홀딱 뒤집기를 두 번이나 했었던 것이다.
금 이빨이 얼마나 가는지
웹 검색을 해보고
금거래소에 전화를 했다.
금 이빨도 사나요?
매입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준비해서 거래소로 걸어갔다.
다리 앞 떡볶이집은 늘 문이 닫혀있고
버스정류장 앞 호떡집에는 긴 줄이 생겼다.
나 어린 시절에는 기름 살짝 발라서
먹기 좋게 구워서 팔았는데
기름에 둥둥 떠있는 호떡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생각난다
70년대 종암동 백삼여관 골목의 호떡집.
참 맛있었는데...
금거래소에 들어서니
'내가 이거 살 때는 백만 원 넘게'... 하는 말과
'50여 만 원 준다'는 말이 오간다.
앞에 계신 손님과의 거래가 끝나고
내 차례가 되어
'흉측 하지만 금 이빨을 가져왔어요' 하며 꺼내 놓으니
'크라운이네요'
금이 한쪽은 없다며 5만 원 준다기에
달라고 해서
모바일 신분증 보여주고 5만 원짜리 지폐 받아서
노원역 친구의 음식점에 갔다.
브레이크 타임인 것을 알고 갔는데
가게 불을 끄고 쉬고 있던 친구가 문을 열어주며
'나 가게에 잘 없는데
나 있을 때 잘 왔네'
너 콩 먹니?
(콩 안 먹는 사람도 있나 하며)
응. 먹지
밥 먹었니?
먹었지.
커피 줄까?
나 아침도 안 먹었는데
라면 먹을래?
3시에서 4시로 넘어가는 시간인데
점심도 아닌 아침을 안 먹었다니.
날이 추워져서 장사 좀 되지? 했더니
아니 안 돼 라는 대답이다.
점심을 한 공기 다 먹었던 나는
친구가 끓인 열라면에 밥까지 말아줘서 다 먹었더니
너 점심 안 먹었어? 한다.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어 본 게
몇 백 년 전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맛있게 다 먹었을 뿐이다.
친구는 얻었다면서
대봉을 8개나 주고
콩도 줘서
생각지 않은 선물을 받아서 신이 나서 왔다.
5만 원 손에 쥔 김에
미용실 가서 펌도 했다.
금이빨은 참 적절한 날에 발견되어
머리단장을 하게 하니
신기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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