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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미가 가방을 팔면서
    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1. 23. 21:16

    돈이 아쉬워서 당근마켓에  호미가 가방을  50만 원에 팔겠다고 올렸다가
    40만 원으로 내렸다.

    HOMIGA BAG


    당근에 5400원 지불하고 동네 홍보까지 했다.
    1800회 노출해 준다는데
    내 광고를 클릭한 사람은 282명이고 그중에
    호감 가진 이는 3명이다.

    자고 일어나니 30만 원을 제안한 이가 있었다.
    잠시, 너무 깎는데 싶어서 고민하다가 30에 팔자로 맘을 먹었다.

    가격제안을 수락했는데
    5시간이 지나도록 대답이 없다.
    그사이 맘이 바뀌었을 수 도 있겠다 싶어서


    당근 대화 창


    이렇게 보내놓고 30분 뒤 답장을 받았던 게
    어제 낮 2시.

    알림을 안 해놔서 몰랐다며
    주말이나 월요일 거래 가능하다기에
    주말 언제를 말하느냐 물었고
    계약금을 줄 수 있느냐 (거래를 확실하게 하고자 만원이라도 받아 둘 생각)
    다음 주엔 내가 내내 교육이 있다고 보냈는데

    또 대답 없더니
    오늘 0시 20분에 답장이 온 것을
    아침에 보게 되었다.

    시댁 가는 길에 들른다는 데
    그 시간은 내가 또 안되고
    시간이 이래저래 나랑 맞지 않기에

    댁이 어디냐 묻고 창동이라기에
    내가 가겠다 했더니
    꽤나 좋아하는 눈치다.
    (난 돈이 당장필요했을 뿐)

    아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2시간 뒤에 보자 하고
    수세미를 포장해서 가방 안에 넣고
    더스트백에 담고 큰 쇼핑백에 담아두고
    카스텔라를 얼른 만들어 반 나눠 포장했다.

    애매한 장소에 있는 아파트라
    버스 두 번 타고 도착했는데

    당근통화도 안 받고
    톡도 안 보고
    갑자기 서늘해진 날씨에 볕을 찾아서
    주차장에서 서성이느라 추위가 느껴졌다.

    괜히 장갑을 빼놓고 왔다며
    시린 손을 비비며 후회했다.
    전화를 걸고 또 걸어도 안/받/는/다

    사지도 않을 사람이 산다고 해서
    날 골탕 먹이는 걸까?

    단지에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정쩡하게 서성이는 내가 이상한지
    남자도 쳐다보고 쓰레기 버리러 나오신 어르신도 날 쳐다본다.

    그때
    그녀의 톡이 왔다.
    엘베 탔다고
    아기 재우느라 몰랐다고.

    키가 늘씬한 젊은 여성이 나왔다.
    "예쁘세요!"
    첫마디는 칭찬으로..

    죄송해요 추우셨죠?

    얼른 가방을 주고
    당근페이로 받아서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다.

    한 참 걸어서 1120번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이 불길한 ㅜㅜ는 뭘까?

    가방에 흠이 있다고...

    앗차 싶었다. 전에 봤었는데 내가 깜빡하고
    고지를 안 했다.

    이럴 땐 바로 인정하고 사과가 최선이다.

    10만 원을 깎아달라기에
    5만 원으로 양보 하시라고 하고
    호미가를 링크 걸어줬다.
    수선비가 더 나오면 내가 가방을 회수하겠노라고.

    얼른 5만 원을 환불해 주고도
    찜찜함을 금할 수 없다.

    가방을 너무 아꼈네.
    298만 원 수제 가방
    200만 원에 샀는데... 그걸 25만 원에 넘기다니.



    내 짐작으로
    접착제 얘기를 먼저 하는 것 보니
    수선비는 거의 없을 듯싶다.

    발견한 내가 접착제로 손봐서 팔았어야 했는데
    그녀는 거래의 고수다.

    이래서
    난 부자 되기 어렵다는.

    헛살았어
    육십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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