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역 1번 출구에 붕어빵이 보였다.
버스 시간은 6분여 남았으니
충분히 살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붕어빵 포장마차 가까이 가보니
붕어빵틀 하단 배너에는
팥 2개 천 원 슈크림 2개 천 원이라 되어있고
우측에 붙어있는 종이에는
팥 2개 천 원
슈크림 3개 이천 원 이란다.
내 앞에는 여자 둘이 18개를 사려면
얼마를 내야 되는지
계산을 하고 있었기에
내 주문은 기다려야겠다고
가만있었다.
검은 마스크에 검은 모자를 쓰고 눈만 내놓고
굽는 남자 외에
옆에서 보조하는 남자가 내가 들어설 때
나가더니 돌아왔고
때마침 빵 굽던 이 가 뭐 드리냐기에
팥 2개 슈크림 1개를 말했는데
못 알아 들었던지
계산이 안 되는 눈치를 보여서
다시 외쳤다.
큰 소리로 '팥 2개 슈크림 1개요!'
빵 굽던 남자가 내게 왜 화를 내냐고 한다.
잘 못 듣기에 크게 말했더니 손님에게 이런 말을?
이어서 오는 말이 더 웃기다.
내 얼굴이 빨개졌단다.
두 번 물으니 내 목소리가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갔는가 부다 싶어서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어서 나도 질세라
'빵틀 배너 하단의 가격(옛날 가격)을 가리던지요'했더니
옆에 계좌번호 있는 가격표를 가리킨다.
2개에 천 원씩이라는 걸 가리던가
자르던가 하는 게 옳지
옆에 붙인 것을 보라는 게 옳을까?
그랬더니 이 남자 한다는 말이
교회 안 다니죠?
다닌다고 할까 말까 하다가
다닌다고 했더니
할렐루야!
붕어빵 사는데 종교까지 묻다니.
돈을 돌려받아서 그냥 가야 하나 생각하는데
옆의 남자가 내 것부터 주면서
가라고 하던가
여기 있다고 하던가.
저 둘이 내 수준을 저들보다 더 낮게 취급하는 것이다.
받아서 돌아 나와 걸으며 기분이 나빠서
개에 새에 끼이.... 중얼거렸다.
(읽으시는 분들께는 죄송해요. 제가 이래요.^^)
승객 많은 15번 버스를 보내고
1220번 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먹는데
두 번째 것은 슈크림이겠지 했는데 아니다.
설마...
세 개 모두 팥이다.
내게 2000원을 받아서 1500원어치를 준거다.
슈크림 없이.
일부러 엿을 먹인 거야?
제법인데 개쉐이들!
버스는 이미 탔고
붕어는 이미 내 뱃속에서 헤엄을 치는데
이 억울함이 해소가 안 된다.
개시 끼들
에이
개시 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