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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 더불어민주당 박진영 부대변인의 논평에 관하여모셔온 글 2020. 10. 22. 12:52
이천이십년에 들어, 배를 잡고 뒹굴며 웃어댄 게 손에 꼽는다. 나는 그저 생계에 굴복해 너절하다 뿐인 필부인지라 그 많은 세상 속 요깃거리와 요절복통 티브이 속 입담꾼들의 속사포에도 꽤 꿋꿋하게 근엄함을 유지하는 건조한 부류 중 하나인데, 다름 아닌 ‘정치’가 나의 배꼽을 자극했다는 것은 유머를 넘어선, 그야말로 관념과 형상으로 말미암아 폭소를 자아내는 오리지날 퓨어 개그의 극치를, 누군가가 내게 선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천이십년 가을, 김소연 당협위원장의 추석맞이 플랜카드가 가장 먼저 나의 배꼽을 괴롭혔다.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보다 나는 연못 속 처절하게 오붓한 가붕개들의 적절한 묘사에 집중했고 곧 배를 잡고 뒹굴었는데 그 와중에 나는 꽤 세심하게 그려진 가재의 집게 발가락에 집중했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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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가을, 개천절을 앞두고모셔온 글 2020. 10. 22. 12:51
쪽보다 더 푸른 얼굴로 총칼을 들어 자유를 지켜냈습니다 백마고지의 참호 안에서, 인천 해안의 상륙주정 안에서, 함락 직전의 부산, 낙동강 전선에서 그러했습니다 시대의 요구와 국가의 부름에 답했습니다 월남의 짙은 정글, 전우들의 시신 사이에서 숨 죽였던 파월장병은 소총탄을 쏘아 날려 표적의 심장을 관통했고 이는 국가발전의 신호탄이 되어 국토를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 꽃보다 더 꽃 같았던 그대들은 이역만리의 땅 독일,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 또한 맞지 않는 곳에서 환자의 상처를 꿰매고 시신을 닦아 외화를 송출해 국가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았습니다 가난과 맞서 싸우며 밖에서는 그릇을 닦고 안에서는 갓난쟁이의 샅을 닦아 가정을 지켜내었습니다 밖에서는 기어다니며 상사의 비위를 맞춰 생계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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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밥그릇 찬가모셔온 글 2020. 10. 22. 12:49
총각 시절에 나는,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한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내 작은 그릇에 물을 담아 잔잔한 수면이 넘치지도 않고 말라 없어지지도 않게 꼭 끌어안고 있었는데 결혼을 하니 이런 젠장 이게 뭔가 누가 내 밥그릇에 돌을 던지네 잔잔하게 나를 비추던 맑은 거울이 깨어지고 일렁이는 물결은 이제 네 놈의 밥그릇이 너 자신만을 비출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네 어쩌겠는가 잘 살아봐야 하겠지 물과 기름이 섞일 수는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잖는가 냉면 위 육수에 참기름을 올리면 더 맛있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래 그렇게 살다가 첫째놈이 생기다 만 얼굴로 튀어나왔는데 아 이 놈이 내 밥그릇을 냅다 발로 차버리네 작고 가벼운 내 깡통같은 밥그릇이 땡강 소리를 내며 처박혔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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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산- 몇 가지 생각들모셔온 글 2020. 10. 22. 12:47
1. 인과응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바다를 지배하고 시간을 다스리는 전지전능한 자여야만 한다. 위기의 순간에, 조류를 이끌어 구조 활동에 일조하고 바닷물을 끓여내 저체온을 방지하는 궁극의 경지에 오른 자만이 일국의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이미 국민 모두가 알고있다. 결과론에 입각한 사후 문책 가능성에 전전긍긍하는 말단 공무원과 현장 책임자를 대신해 전지전능한 신의 손길로 물살을 가르고 돌풍을 일으켜, 표류하는 국민을 날아오르게 해야 함은 대통령직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능력 중 하나다. 물리학을 극복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앞날을 예측해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난관에 봉착했던 전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해상사고를 예견하지 못한 채 하필 늦잠을 잤고 이는 '박근혜의 7시간'이라는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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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사과하자...슬그머니 조국은 페북 글을 지웠다카테고리 없음 2020. 7. 20. 17:58
입력 2020.07.20 15:21 | 수정 2020.07.20 16:20 ‘채널A 사건’ 관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사이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지난 18일 KBS 보도에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KBS뿐 아니라 KBS 보도 내용을 소셜미디어 등으로 퍼나르며 확산시킨 친여 인사들도 수세에 몰리고 있다. 보도 직후 “공모 관련 대화를 한 적 없다”는 당사자들 해명과 실제 녹취록이 공개됐고, KBS가 다음날 바로 오보를 인정하는 취지의 사과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KBS판 검·언유착’ 의혹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보도 이튿날인 19일 “이 전 기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정정보도를 요청드린다”며 “내일(20일) 오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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