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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4. 5. 12:38
여기저기서 백신 부작용으로 죽는 일이 발생할 즈음 아들이 백신 접종하러 가던 날 머리냄새 발 냄새 기억해 두라며 내 코에 머리를 디밀고 발을 올리며 장난을 쳤었다. 죽고 나면 그리울 것이라며. 어제저녁 같이 저녁을 먹고 제 방으로 간 녀석이 갑자기 노란색 마스크를 하고 내 방에 있는 코로나 진단키트를 가져갔다. 남편은 쟤 갑자기 마스크는 왜 하는 거야? 찜찜하게 왜 저러지 했더니 몇 분이 지났을 까 빨간색 선 하나가 그어진 진단키트를 보여주며 엄마 나 임신이야! 토요일 친구들과 저녁 먹었는데 한 녀석이 확진이라고 전화가 와서 자가 진단을 해 본 것이다. 잠시라도 얼마나 찜찜했는지. 아니라서 다행이다, 확진되면 진짜 골치 아프다. 밖에서 누굴 만나서 밥 먹고 그러지 마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40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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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내가 사는 이야기 2022. 4. 4. 13:16
사무실 창가에 둔 작은 화분 속 다육이는 작년 봄 부여 오빠 댁에 갔다가 집 앞 빈 농가에서 캐왔던 것이다. 좁은 화분에서 번식이 불가한 모습을 보는 것도 불편한 차에 며칠 전 아파트 화단으로 옮겨놨다, 다이소에서 꽃삽을 하나 사서 퇴근길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 라이트를 한 손에 들고 화분 모양과 같은 크기로 땅을 파서 심고 옆에는 봉숭아 씨도 심었다. 싹이 나서 꽃이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 땅을 다육이가 점령할 테니 그것도 괜찮고. 아침저녁으로 다육이가 괜찮은가 화단을 들여다봤더니 어제는 경비 아저씨가 한다. 했더니 한다. 물을 주지 않아도 잘 번식하는 다육이인데 어제저녁에 보니 다육이 부근의 흙이 촉촉하다. 경비 아저씨가 줬나 보다. 안 줘도 된다고 말씀드려야겠네. 우리 동 입구 화단에는 앵두나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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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순간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23. 14:56
신논현역 3번 출구 방향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왼쪽에 있고 우측에 계단이 있다. 여긴 왜 매번 에스컬레이터 앞을 노란 줄로 막아놓고 운행을 안 하는 것이지...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는데 내려오는 사람과 부딪히며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줄 알았을 순간 내려오던 남자가 내 왼팔을 잡아줘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아줌마... 뭐라고 하며 화를 내는데 그 젊은 남자는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내가 안 잡았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말하는 그 남자 왜 좌측으로 오냐며... 여전히 화가 나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날 잡아줘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중간 계단 넓은 곳에 한참을 서서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되뇌었다. 올라가는 나는 계단 보기 바빠서 위를 못 봤다지만 내려오는 그는 왜 나를 못 본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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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 분실소동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21. 18:04
신용카드 한 장만 따로 카드 지갑에 넣어서 출퇴근 교통카드로 쓰고 있고 마트에서도 그 카드만 쓴다. 금요일 지갑을 열었다가 신분증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음을 발견했다. 어디서 빠졌을까? 곰곰이 생각하며 스캐너 뚜껑도 열어보고 가방을 홀랑 뒤집어 보기도 하고 옷 주머니도 뒤져보고... 신분증 쓸 일이 뭐가 있었을까 메모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요즘이라 메모장을 뒤져도 신분증 쓸 일은 화요일에 인감증명서 떼러 갔었던 주민센터뿐이다. 주민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민원이 많아서 많이 바쁘다고 찾아보고 전화 주겠다는 답을 듣고 기다렸더니 30분 후에 전화가 왔는데 는 답이다. 분실신고를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대표께서 월요일이면 나올 테니 기다려보라고. 시간을 두면 혹시 생각날까 하여 뒤져볼 만한 데를 더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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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이라 다행이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21. 17:22
꿈에 아버지가 주신 힌트로 숫자를 조합해서 5천 원어치 복권을 구입한 재숙이, 믿어지니? 하며 로또 당첨결과 이미지를 보내왔다. 6개의 당첨 번호 중에서 숫자 하나가 달라서 1,433,960원 3등이다. 아이고.... 1등이 됐어야 내 친구 1억 주는데 1등이 27억 이드만... 아버지가 꿈에 뭐라고 힌트를 주셨기에 복권 살 생각을 했을까? 3등으로 조합한 내 친구가 대단하다. 1등이었으면 더 대단했겠지만 번호 3개도 못 맞춰서 5천 원에도 당첨 안 되는 내가 있으니... 친구는 숫자 21이 빠져서 3등인데 내가 산 복권은 딱 21번만 맞았다. 이건 또 무슨... 붙어 지내면 대박 날 텐데라고 말하는 친구 재숙아 이미 넌 내게 대박이야 친구의 남편께서는 21을 밑에다 찍었다고 친구보고 천치라고. 자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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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산다고요?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8. 18:04
다들 황 샘이라고 불러서 그가 학교 선생인가 했었다. 그런 그가 여천공단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모두 부르기 편해서 황 샘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말이면 고향 동네에 가서 집집마다 내놓은 농작물들을 카스에 올려서 팔아준다.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 깨. 사과. 청국장. 된장 곶감. 마늘. 밤. 시금치. 참외. 부각. 토마토. 상추 인삼. 고로쇠, 사과즙. 쌀. 뭐든지 팔아주고 올리기만 하면 완판이다. 무료 봉사하는 것이란다. 나도 황 샘을 통해서 반건시와 고구마 그리고 봄동김치를 사 먹었고 고향은 순창이고 집은 여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수 여수라니... 혹시 소라면 대포리를 아느냐 물었더니 자기도 소라면 산단다. 그리고 대포리는 엄청 크단다. 내가 찾는 그가 누군지에 대해 설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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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짓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8. 16:49
5호선 출근길 맞은편에 앉은 오십이 넘어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두 남녀. 두 사람 똑같은 베이지색 마스크를 썼는데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내가 가진 마스크를 주고 싶어 져서 가방을 열어 마스크가 들어있는 지퍼백을 보니 새 마스크가 5개 있다. 두 개를 오른손으로 집고 망설인다. 마스크 드려도 될까요? 이 마스크 써 보실래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적당한 말이 없다. 마스크 내밀었다가 고 대들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에 가방에 넣었던 손을 뺐다. 올림픽 공원역에서 내가 내리도록 그분들은 내리지 않았다. 마천까지 가시나? 그리고 다음 날 옅은 분홍색 마스크를 하고 여자 혼자 앉아있다. 어려운 형편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은 맘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자리에 앉다 보니 그녀 옆에 앉았다. 맞은편 문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