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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혜로운 권사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0. 19:37
어버이날.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날과 주일이 겹쳤던 날. 권사님께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하셨다. "오늘 교회 오시죠?" 시어머니 댁에 갔을까 봐 확인 전화를 하신거다. 권사님이 주신 무거운 부직포 쇼핑백에는 새벽부터 날 위해 만들었다는 세 가지 음식과 떡이 들어 있었다. 권사님께 나는 철없는 딸? 어린이날 선물을 주시는 건가? 언니와 오빠가 함께 있는 단톡방에 권사님 음식 사진 올려 자랑했더니 작은 언니 왈 "막내는 권사님에게 정말 잘해야겠다 자식에게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잡채가 윤기가 자르르 맛나게 생겼다." 오징어와 새우를 넣은 부추전도 맛있고 미나리 들어간 잡채도 맛있습니다. 어제저녁 북어 양념 구이를 먹어본 남편 왈 "모처럼 잘 먹었네" 북어 양념구이는 일산 어머니께서 잘하는 반찬인데 우리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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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카네이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7. 13:04
잠에서 깨어 일어났더니 머리맡에 카네이션이... 아들 유치원 시절에 받아본 색종이 카네이션 이후로 오늘 두 번째 받아보는 카네이션. 그동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하나 없는 것에 대해 내가 애를 너무 심심하게 키웠다 싶어서 내 탓이라 여겼는데 어젯밤 녀석은 저녁 먹고 들어온다더니 내가 잠들었던 12시에도 안 들어왔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서 꽃 사 올 생각을 했다니... 다 떠지지도 않은 눈을 비비고 안경을 쓰고 다시 꽃을 봅니다. 예쁘네. 좋다! 뭔지 모를 씀벅함과 눈물이 날 것 만 같은... 화장실로 들어가던 아들을 보고 "꽃 고마워 예쁘네" 했더니 "내 거야!" 합니다. 고맙다거나 멋지다는 작은 애정 표현이라도 하려 하면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시끄럼마!" 하던 녀석이라서 시끄럼마라고 할 줄 알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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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모자의 싸움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5. 18:26
아들이 내 방으로 들어오며 "저것들 또 싸워 누구 하나 죽었으면 좋겠어!" 아래층 여자가 아들과 싸우는 소리가 또 아들 방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하나가 죽어 나가야 저 싸움이 끝난다는 얘기. 아래층으로 누수 생겨서 가봤을 때 아들방 방문 손잡이 없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것을 보고 어지간히 아끼는 사람들이다 생각했다가 말 안 듣는 아들이 방문 걸어 잠그는 게 보기 싫어서 손잡이를 고장 내켰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아들과 엄마가 싸우면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아들? 아들일 거야! 엄마에게 저렇게 욕하면 대드는 아들이라니... 아들은 내게 저 아들처럼 해줘 봐? 한다. 이 누무시키 개 누무시키. 저 모자가 무슨 주제로 자주 싸우는지 난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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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없다시는 시어머니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5. 18:12
어제 파주에서 영업을 하고 일산 어머니를 뵈러 갔다. 은행에서 돈을 찾고 과일도 사고 파리바게뜨에서 빵도 사서.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해서 13층까지 오르내리기 힘들어서 하루에 한 번 밖에 나온다고 했던 아가씨 말이 생각났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돈만 송금하고 가기엔 내 맘이 허락하지 않아서 걸어 올라갈 생각을 하고 아파트에 도착했다. 제발 교체공사가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깔끔하게 교체된 엘리베이터가 운행했다. 어머니댁 벨을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어머니 모시고 아가씨가 병원에 간 건가 하며 두 아가씨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도 안 받아서 조카에게 전화했더니 외숙모님 하며 반긴다. 이모가 오늘 쉬는 날이어서 엄마랑 밖에 나가셨나 봐요. 현관키 번호 알려드릴게요. 불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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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예배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3. 18:59
원로 장로님께서 3년여 자리를 보전하시더니 일어나지 못하시고 그대로 소천하셨다. 교회 구역 단톡방에 부고장과 더불어 입관예배를 참석할 사람들은 12시까지 교회로 오라고.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 30여 명이 모여서 목사님 주도로 예배가 시작되었고 우리 교회 목사님의 형님인 바울 목사님께서 예배를 마치는 축도를 하시는데 늘 발인예배와 헷갈리셨는지 입관예배를 발인예배라고 하셨다. 목사님이 별걸 다 틀리시네 하고 생각하는데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당근 당근이 울렸다. 태어나면 다 죽는 것이 당연해서 당근? 연세 많으신 조 권사님께서 장로님 사모님 손을 붙잡고 "고생 많았어"라고 하셨다. 본인도 암으로 고생하셨으면서 장로님 병간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지 그럼 그렇고 말고. 구역장이 올려준 부고의 하단에 마음 전할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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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부가 아닙니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2. 4. 28. 16:31
주부가 되면 그릇 욕심이 생긴다는데 결혼할 때 고려 금속 사모님이 사준 코렐 그릇 세트 외에 집들이를 한다고 10벌의 그릇을 산 이후로 접시 하나도 사들이지 않았다. 미혼이었던 1990년 또는 1991년 키친아트 남자 영업사원이 직원 식당에서 냄비와 프라이팬을 가지고 잡채를 쉽게 만드는 시범을 보인 후 3중인지 5중인지 하는 스테인리스 냄비세트를 팔았다. 여직원이 여럿 있었지만 십여 만원 하는 그릇은 나 혼자만 샀었다. 살면서 회사에서 선물 받은 접시류 냄비류 등이 있었고 내가 산 것은 프라이팬 정도. 상을 엎지도 않고 설거지가 하기 싫어서 그릇을 깨는 일도 없었으니 30여 년 전 그 접시와 공기들이 그대로다. 가끔 남편이 코렐 그릇들을 몇 개 사들였다. 친구의 생일에 예쁜 그릇을 선물하면서 나도 예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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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 그분내가 사는 이야기 2022. 4. 27. 18:59
작년 10월 사무실을 나서다가 자그마한 체구의 그분을 봤다. 육십은 넘었지만 칠십은 안 되어 보였다. 건물 입구 왼쪽에 신문지와 박스 내놓은 것을 그분이 수레에 담고 있었다. 그 후로 신문지와 박스가 모여지면 그분이 언제 건물 앞을 지날지 몰라서 2층 복도에서 주차장 쪽을 자주 내다봤다. 건물 앞에 내놓으면 누가 가져갈지 모르니 내놓을 수 없었고 난 꼭 그분에게 드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그분이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것을 봤고 기다리시라 해놓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폐지와 박스를 그분께 드리면서 전화번호를 물어봤다. 폐지가 모이면 연락드리겠다고. 그렇게 연락처를 받았고 기기에서 나오는 소모품인 무정전 전원장치 배터리와 기기 수리하면서 나오는 철물 등도 모아서 드렸더니 고물상에서 배터리를 아주 좋아한다며 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