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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창가에 둔 작은 화분 속 다육이는
작년 봄 부여 오빠 댁에 갔다가
집 앞 빈 농가에서 캐왔던 것이다.
좁은 화분에서 번식이 불가한 모습을 보는 것도 불편한 차에
며칠 전 아파트 화단으로 옮겨놨다,
다이소에서 꽃삽을 하나 사서
퇴근길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 라이트를 한 손에 들고
화분 모양과 같은 크기로 땅을 파서 심고
옆에는 봉숭아 씨도 심었다.
싹이 나서 꽃이 되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 땅을 다육이가 점령할 테니 그것도 괜찮고.
아침저녁으로 다육이가 괜찮은가 화단을 들여다봤더니
어제는 경비 아저씨가 <누가 버렸나 봐요> 한다.
<제가 심었습니다> 했더니
<그래서 자주 화단을 들여다보셨군요> 한다.
물을 주지 않아도 잘 번식하는 다육이인데
어제저녁에 보니 다육이 부근의 흙이 촉촉하다.
경비 아저씨가 줬나 보다.
안 줘도 된다고 말씀드려야겠네.
우리 동 입구 화단에는 앵두나무도 있다.
꽃을 피우려고 몽우리가 맺혔다.
올해는 앵두를 볼 수 있겠지.
작년에는 무지한 경비 아저씨가 꽃잎을 흔들어 다 떨구는 바람에
못 봤다.
금년에는 미리 얘기해서 열매를 볼 수 있는
기쁨을 같이 누려봐야겠다.
청소하는 사람에게 날리는 꽃은 지저분한 것일 뿐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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