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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이야기 -2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3. 21:56
큰 시누이의 "코로나 같다"는 그 말을 들은 다음날 아침
감기하고 안 친한 나인데
기침이 나고 목이 안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싸게 주고 산 생강즙차를 마시고
목을 다스리느라 보온병 가득 차를 가지고 교회를 갔었다.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하고 하루를 지냈는데
코로나도 감기도 아닌... 다행하게도 내 염려에서 생겨난 현상일 뿐이었다.
밥을 잘 못 드시는 어머니를 보고 왔으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고
어머니의 건강 얘기를 대표에게 했더니
잘 못 드시면 달걀이라도..
달걀을 삶거나 또는 프라이를 하거나
달걀로 뭐든지 해서 드시게 하라고.
달걀 추천에 예찬을 하신다.
달걀 얘기를 전했으나
그 말을 전하나 마나다.
안 드셔!
어머니와 시누이가 같이 산 세월이 길어서
시누이가 어머니 시중드는 게 싫어서
그냥 돌아가시라고 이것저것 해드릴 생각 안 하는 것인가?
하는 의심도 했다.
(내가 모시지 않으니 뭐가 힘든지 전혀 모른다
난 우리 엄마가 그저 좋기만 했으니까... )
시누이는 어머니와 살면서
어머니를 혼자 계시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돈 벌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누이의 경제활동은 파주에 살 때.. 파주의 대기업 청소직으로 3개월 다닌 게 전부다)
어머니를 혼자 계시게 할 수 없다는 의견은 큰 시누이도 같아서
돈벌이는 큰 시누가 맡아서 여전히 수고를 하고 있고
나머지 살림은 작은 시누가 다 맡아서 하고 있음이다.
어머니가 걱정되어 전화를 해 봤으나... 오늘도 그래, 안 드셔.
기침을 심하게 하시네..
엄마만 그러시네... 하더니만
급기야
일산*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코로나+ 폐렴으로.
보호자로 작은 시누이가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갇혀있었고
보호자를 병원 밖은 못 나가게 해서
그 깔끔쟁이 시누이가 9일간 병원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며 지냈으니
그 고생은 말로 다 못할 지경이다.
잠깐 나와서 병원 근처 목욕탕이라도 못 가느냐 했더니
수시로 화장실을 다니셔서.. 시누이가 자리를 비울 수 없단다.
환자인 어머니는 병원식을 잘 드셔서 (집 밥이 지겨워서 안 드셨나? 하는 생각) 다행인데
시누이는 편의점 식으로 매 끼니를 때워야 했다.
어머니는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니 심장도 안 좋으시고
여태 없었던 당뇨까지 생겼다는 소식에
신체의 기관들이 수명을 다 한 것이겠다 싶었다.
어머니는 바깥 구경은 병원 갈 때 잠깐이고
하루 종일 아파트 현관 밖을 나서지 않고 십여 년 넘게 그렇게 사셨다.
남들은 아파트단지 노인정에 놀러 가서 종일 놀다가 저녁에 오신다는데
사교성 없는 것은 양 씨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포함된다.
그에 비하면
우리 교회 권사님들은 참.. 복 받으신 분들이시다
우리 어머니 보다 많은 연세에도
찬양하고 기도하고 , 주일마다 또래 권사님들 만나서
점심도 같이 드시고... 친구와 놀러 다니시는 것 마냥 즐거운 표정이시다.
그분들의 헤어질 때 인사는 " 다음 주일에 봬요!" 다.
설날은 다가오는데
병원에서 퇴원 얘기는 안 나오고
혹시 설 전에 퇴원하게 되더라도
작은 시누이 내내 병원에서 고생했으니 쉬어야 하니
이번 설에 모일 생각 말고
각자 집에서 지내자고 큰 시누가 결정해서 통보했다.
어머니도 안 계시는데 모여봤자 그렇고
퇴원해서 오셔도 힘이 드니
모이지 말자는 의견에... 날라리 며느리는 어절씨구나!
그래서 복 터진 며느리는
그래서 설 명절동안 신나게 놀았다는.
어머니 퇴원 후에도
여전히 못 드시고 계시고
흔들의자에서 쉬던 분께서 자주 누워 계신다 하니 걱정도 되고
내가 가자고 안 하면 혼자서는 안 갈 집사람이라서
이러다가 어머니.. 그냥 놓치게 될까 봐... 그러기 전에 뵈어야 하겠어서....
내일 어머니댁에 갑니다.
미리 간다고 통보하면
작은 시누이 신경 써서 반찬 준비하며 스트레스받을까 봐
먹을 것 사들고 가서 집도착 10분 전에 전화하고 들어가렵니다.
그런데 왜 제목이 '가래떡 이야기'냐고요?
35,000원 들여서 쌀 10Kg를 가래떡으로 만들면
수분이 포함되어서 15Kg가량 된답니다.
두 박스로 나눠서 한 박스를 어머니 댁 가져다 드리고
남은 한 박스는 아파트 경비아저씨를 시작으로
과일가게 아저씨, 미용실.. 등등 등등
나누고 여섯 가락을 남겨서 집에 가져갔습니다.
떡집에 쌀 맡겨서 가래떡 했다는 말도 안 했으니
그 가래떡은 어디서 얻어온 줄 아는 집사람입니다.
설날즈음이면 교회 여전도회에서 떡국떡을 파는데
다른 때 같으면 떡을 많이 사서 나눔을 하지만
이번에는 가래떡 나눔 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딱 한 봉지만 샀고
집 사람이 마트에서 사 온 떡국떡도 있었기에
설명절 나흘동안 하루에 한 끼씩 떡국을 먹었습니다.
(금년부터는 설날에 떡국 먹는다고 해서 나이 한 살 먹는 것 아니라고 해서... 마음 놓고 많이 먹었습니다. ㅋ)
그런데 떡국에 들어있는 떡국떡이
삼각형인 것도 있고 굵게 썬 무채 모양도 있기에
떡을 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끄트머리 떡이 나오는데
그 떡도 넣어서 파는 모양이네 하고... 모양과 상관없이 어차피 떡국이니 그냥 먹었습니다.
명절 어느 날
여보, 나 가래떡 구워 먹을래!라고
내가 가져온 가래떡을 구워 달라 했더니...
(그냥 내가 꺼내서 구워 먹지 않고... 먹을래라고 한 것은
냉장고와 주방은 남편의 구역이고, 내가 그 구역을 침범하는 것을 몹시도 싫어하기 때문에
가래떡 구워 먹겠다고 하면, 방에 가 있으면 구워다 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말한 것임)
우리 집 사람 뭐라고 했게요?
그 떡 썰어서 떡국 해 먹었는데.
아...
아....
아......
구워서 꿀 찍어먹으려고 했던 그 가래떡을
그걸 썰어서 떡국떡을 만들 일이냐고요.
떡국떡은 마트에서 많이 팔잖아요!!!!
그 모양 이상했던 그 떡국떡
우리 집사람이 식칼로 썰어서....
아
악!!!!!!
이해됩니까?
가래떡을 떡국떡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
20240223 내일 어머니댁에 가서... 가래떡 남았으면 도로 가져올 생각인 커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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