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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ㅁ 주고도 기분 나쁜 ㅁ
    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6. 21:23

    롯데마트

     

     

     

    토요일 아침.

    마트는 10시 개점이라는 데

    간혹 일찍 열기도 한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9시 30분에 집을 나섰지만

    쇼핑카트로 막아둔 입구는 10시가 되어야 열렸다.

     

    남들은 명품백 사려고 오픈런을 한다는 데

    식품을 사려고

    마트 문 열기를 기다려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사람이 없어 한가한  마트를 쇼핑카트를 밀고 이리로 저리로 달렸다. 

    과일을 사고 젓갈을 사고 집에서 먹을 우유와 날짜가 임박한 호빵도 사고 

    시댁에서 먹을 점심으로 초밥도 샀다. 

     

    9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우리 동네 큰 대학병원 옆 죽집에 가서

    전화로 주문한 네 종류의 죽을 사서 

    집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먹거리들이  캐리어에 다 안 들어가서

    장바구니 하나 더 들고 어머니댁에 들어섰다.

     

    쉬는 날이라

    조카아이는 세수 안 한 얼굴에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며

    '외숙모 오셨어요!" 하고 

    어머니는 당신의 지정석인 흔들의자에서 " 힘들게 뭐 하러 오냐!" 하신다.

     

    지난번 한마디도 안 하셨던 어머니가 아니다.

     

    손부터 씻고 어머니께 다가가서 만져보니

    어머니가 입은 분홍색 수면바지에서 아주 예쁜 향기가 났다.

    "어머니한테서 예쁜 향기가 나요!"

    (시누이가 유연세제를 듬뿍 넣고 세탁을 했는 모양이다)

    빙긋 웃으신다. 

     

    남편과 아들은 어머니 얼굴 한 번 쳐다보는 것으로 인사가 전부이고 

    (손 한 번 안 잡아주는 저런 아들이라니... )

    둘이 소파에 앉더니  TV 쪽으로 눈을....

     

    어머니는 지난번 뵈었을 때보다  좋아 보였지만

    점점 쪼그라드는 체구에 쑥 들어간 눈에는 눈물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거기서 가야 하는데 다시 와서"...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처음엔 몰랐다.

    병원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다시 집에 왔다는 말이라는 것을

    몇 초 뒤에서야  깨달았다. 

     

    며느리인 내게 베푸신 것만으로 평가하면 

    큰 병 없이 앓다가 바로 돌아가실 정도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지만...

    내가 모르는 무엇이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머니는

    오직 자신의 자녀에게 좋은 것  먹이고 깨끗이 입히는 것에만 총력을 다 기울이신 분이시다.

     

    누가 당신 집에 오는 것도 싫고, 가는 것도 싫은 

    오직 당신의 귀한 자녀들과 함께라면 좋은....

     

    그래서 우리 어머니는

    늦게 시집간 시누이가 임신하고 입덧으로 힘들어한다고

    신혼살림 차린 지 1년도 안 되어 

    집으로 불려들여서.... 여태 함께 살고 계신다. 

     

    우리 세 식구는 

    아침도 안 먹고 (나만 수프에 고구마 먹었다) 어머니댁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넘었으니 

    남편이나 아이나 다 배고플 시간인데 

    어머니댁은 점심, 저녁 시간 맞춰서 드시는 분들이라 이미 드신 후였기에

    우리만 식탁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혹시나 여쭤봤다

    어머니 초밥 드실래요? 

    금방 밥 먹었다!

     

    시누이에게 김치 꺼내달래서 국물 없이 초밥을 먹는데

    새로 담갔다는 김치가 맛있어서 

    김치 한 접시가 금방 동났다.

     

    조카아이는 일요일에 친구와 해외여행 간다 하고

    어머니 옆에서 재미도 없는 스포츠방송을 켜 놓고

    남편과 아이는 뭐가 재밌는지 웃으며 얘기하는데

    난 어머니께 

    이 말저말 시켜도 보고

    준비해 간 것 드리고 커피도 마시고 한라봉도 먹어봤다. 

     

    시누이에게는

    "그 병원에는 보호자 샤워시설이 없더냐" 물었더니 

    위층에 있는데 코로나병동 사람은  올라오지 못하게 해서 사용 못했단다.

     

    아가씨 고생해서 살 빠졌지?

    그렇잖아도 지난번에도 아파서 51킬로라고 했던 것 같은데

    몸무게 앞자리 숫자를 4로 바꿨단다. 

     

    어머니댁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드는  생각은

    우리 어머니는 돈을 어디다 쓰실까? 

    짜장면 값을 내시나... 뭐에 쓰시려나 궁금해지면서

    어머니께 돈을  드릴게 아니라 고생한 시누에게 돈을 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어머니 드리되 그 액수를 줄이고 시누이를 줘야겠다고  맘먹었었다. 

     

    어머니댁에 머문 지 세시간여 지난 후 

    시누이에게 " 아가씨 국민은행 계좌 쓰시죠?"  묻고는 

    시누이 계좌로 돈을 보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체내역을 시누이 휴대폰 문자로 전송했더니

     

    내가 보낸 송금했다는 문자를 본 시누이가 "이게 뭐예요?" 하기에

    수고한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애썼어요!라고 했는데.

     

    그다음에 무슨 말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다음 말이 없다!

     

    "뭘... 우리 엄만데 수고는 무슨..."라고 하던지 

    평소 말투대로.."에게 게 게.... 이게 뭐야!" 하던지.

     

    주는 사람은 주느냐 힘이 드는데 

    받는 사람 입장은 또... 그런 게 아닌 거라서

    수고한 것에 비해 턱없이 작아서 

    "고마워요"라는 말이 없는 것일까? 

     

    내 속에서는 이런다. 

     

    (뭐! 어쩌라고

    너네 엄마지 내 엄마야!

    나도 내 엄마였으면 대가 없이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어.

     

    그것도 내가  안 주면 어쩔 건데.

    어머니의  아들이며 너의 오빠가 

    내게 만원도 안 가져다주는데

    그 정도면 내가 잘하는 것 아니니...)라고.

     

    한 참을 흔들의자에 앉아계셨던 어머니께서

    안방 침대로 누으시기에

    나도 집에 갈 준비를 하며

    누운 어머니 곁에 가까이 가서

     

    손주들 잘 되는 것 보고 천천히 가세요.

    기운 내주셔서 감사해요 했더니

     

    "니들이나 잘살아"...라고 부탁인 듯 말씀하신다. 

     

    어머니가 기저귀를 여러 개 쓰신다는 말을

    시누이를 통해 들으며 

     

    뭐는 조절이 되겠어

    그걸 수발하는 사람이 딸이라 다행이지.

    내가 모셨으면 기를 쓰고 조심하느라고

    당신이 더 힘드셨을 거야.

     

    그간 어머니가 아가씨 떠 받들어 데리고 살았으니

    아가씨가 갚을 차례야!

     

    안 드신다고... 안 드신다만 말하지 말고

    뭘 좀 적극적으로 해서 

    이것도 드려보고 저것도 드려봐!

     

     

     

    20240226 아직도 돈 주고 인사를 못 들어...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밴댕이 속 커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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