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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이야기 -1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3. 15:30
87세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두 딸과 그 딸이 낳은 딸 (손녀)
그렇게 네 식구가 일산의 아파트에서 거주 중이며
직장인인 나는 그 어머니의 장남과 서울에 거주 중
~.~
어머니의 음력생신 일주일 전에 통화했을 때
무슨 반찬으로 밥을 드시느냐 여쭈었더니
맨날 총각김치해서 드신다며
사 먹는 김치 다 똑같이 맛없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김치를 안 하신 지 여러 해 되었고
허리 아픈 시누이가 김치를 안 하니
어머니께서 산 김치를 드시고 계신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나만 맛있는 김치를 먹고 있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시골 언니가 절임배추를 팔았을 때
시누이에게 절임배추를 보내면 그 배추로 김장을 하기도 했었지만
시골 언니 부부는 절임배추 만드는 게 너무 힘들어서
22년 겨울부터 절임배추를 안 파신다.
어머니와 통화 후
어머니 생신 하루 전날인 토요일에
시골언니네서 온 김치 한 통과
지인이 준 쌀(기초수급자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는 쌀)을 방앗간에 맡겨서
가래떡으로 뽑아서 캐리어에 담아서 끌고 어머니댁에 갔다.
떡이랑 김치가 합쳐서 20Kg 넘는 무게...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서
끌고 가는데도 힘이 들었다.
어머니는 감기로 고생 중이셨고
양지 바른 거실 창가 쪽 흔들의자에 앉아서 졸다 깨었다를 반복 중이셨다.
어머니께 가까이 가려는 내게 손사래를 치며 오지 말라고...
시누이 얘기로는 당신에게서 냄새난다고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랬다.
(엄청 깔끔하시다)
그 손사래가 유난히 커 보여서 섭섭했던 나는
창가에서 멀찍이 떨어진 식탁의자에 앉아서 시누이와 이런저런 얘기 중에
식구들 셋이 감기로 엄청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고
어머니가 밥을 너무 조금 드시고 그것도 물에 말아서 본죽에서 파는
잘게 갈라서 만든 장조림과 드신다고 걱정을 하기에
수프. 달걀찜. 죽. 내가 하는 메뉴마다
시누이는.... 우리 엄마는 그런 거 안 드셔! 안 드셔! 안 드셔!로 답했다.
내가 가져간 김치를 맛보던 시누이는.. 진짜 안 익었네. 맛있네! 한다.
입맛 까다로운 어머니께서 익은 김치는 안 드신다.
남편도 겉절이는 엄청 좋아하고 익은 김치는 별로라더니
그 입맛이 거기에서 온 것이었다.
금방 뽑아서 가져온 따뜻한 가래떡도 있고
안 익은 김장김치도 가져왔는데...
나 같으면 접시에 담아서 어머니께 드셔보시라 할 텐데
엄마! 가래떡 드실래? 하고 시누이가 크게 외치니
안 드신다는 표현으로 머리를 도리질하셨다.
코 앞에 들이밀어야
없었던 입맛도 살아날 텐데...
시누이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봉투에 담아 간 용돈을 어머니께 드렸더니
봉투를 얼른 받아서 흔들의자옆 협탁 서랍에 넣으셨고
(예전에는 봉투 받으실 때마다... "미안해서"라고 하셨다)
가까이 간 김에 어머니를 앉아보려 했더니
말로 하시는 것도 아니고
만지지 말라고 밀어내는 손동작을 하셨다.
말할 기운도 없으시고
만사가 귀찮아 보이셨다.
시누이는 점심시간 한참 지나서 간 나를 위하여
미역국을 해산물을 넣어 금방 끓여 냈는데... 무척 맛있다.
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전수받았음이다.
(친정엄마와 60년을 같이 살며 그것도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하다. ㅋ ~ )
작은 시누이의 딸은 토요일이라 약속 있어서 외출하고 없었고
좀 있으면 퇴근해서 올 큰 시누이를 보고 오려고 저녁이 되도록 기다렸다가
얼굴을 봤고, 전철역까지 배웅해 준다 하여
잠깐 걸으면서 사는 얘기를 나눴는데
큰 시누의 첫마디
"우리 감기로 엄청 고생했어.
그런데 나는 이게 코로나였던 것 같아!"
헐~
그러면... 어머니가 지금 감기가 아니라 코로나야?
아...
이렇게 이 얘기는 2탄이 있습니다.
20240223 근 한 달 전 얘기를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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