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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 없었으면...내가 사는 이야기 2024. 6. 11. 18:58
당근에 옷을 내놓으면서
내가 샀을 때의 옷 값을 생각하고 값을 책정하면
옷이 팔리지 않는다.
군자역이나 고속터미널역 그리고 이수역에는
구제옷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최근 우리 집 근처의 중계역에도 생겼는데
다른 역과 비교해서 제일 비싸게 판다.(장사가 되나 몰라)
다른 곳에서는 원피스 한 장에 4,900원 6,900원인데 중계역은 9,900원에 팔고 있으니
변두리 동네라고 시내 잘 안 나가보는 사람들에게 3원에서 5천 원까지
더 비싸게 팔아서 이문을 남기려 한다.
나야 어차피 안 사지만
중계역도 다른 곳처럼 저렴하게 많이 파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새 옷은 아니지만 구제품 옷들을 위와 같은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당근에서도 그 수준의 가격이 아니면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다.
곧 죽을 사람처럼 마음을 비우며
옷을 정리해서 당근에 올려 팔았다.
어떤 이는 내 옷이 자기 취향이라며
4장의 옷을 사가기도 했다.
헐값에 팔면서도 내 옷을 사줘서 고맙다고
내가 뜬 수세미를 두어 개씩 줬으니
고마움을 표시하는 데에는 소질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옷을 판 돈
5천 원 또는 만원 되는 돈을 가지고
복권가게로 가서 로또를 구매했다.
지갑에 복권을 넣고
이게 잘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이런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없으면
내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견디느냐며
옷 팔아서 복권 사는 나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오늘은
원피스 한 장을 5천 원에 팔고
그 돈을 가지고 마트에 가서 930ml 우유 2팩과
옛날에 먹어봤던 파인애플맛이 나는 쿨피스 한팩을 샀다
물론 5천 원에서 290원이 초과되었다.
비싼 과일은 못 먹더라도
1300원짜리 쿨피스는 먹어도 되지 않겠나...
그나마 당근이 없으면 어쩔 뻔했어
이 옷 저 옷 다 팔고 옷 없으면
조카에게서 얻어 입지 뭐.
작은 다이아 박힌 결혼 예물 반지를 만지작 거리며
이걸 팔아 말아
아들에게 이거 하나는 남겨줘 말아하고 있다.
20240611 더 떨어질 나락이 없으니 올라갈 일만 있다고 하던데, 난 아직 나락이 아닌 가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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