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에 저녁을 드셨을 환자께서는 오뎅 사 왔다는 말에 떡볶이까지 찾아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 오뎅도 지난번 얘기하다 먹고 싶다는 말 하시기에 기억했다가 사다 준 것이거늘...
떡볶이 대신 내가 만든 카스텔라와 텀블러의 커피나 드시라고.
얼마나 잘 드시는지 무슨 환자가 그렇게 뽀얗고 얼굴에 윤기가 나는지.
병원올 때 필요한 것 살 때 쓰라고 준 신용카드가 있지만 노점에서는 현금과 계좌이체만 가능하기에
내 귀한 몇 푼 없는 현금으로 지불했는데 다음에는 떡볶이도 사야겠네. 아 씨
병원은 회사에서 왕복 세 시간 경동시장에서 사야 하는 상추와 풋고추. 사과. 바나나는 마트에 비해 경동시장이 싸긴 엄청 싸다.
상추. 풋고추. 사과는 식초를 희석한 물에 10분 담가서 다시 흐르는 씻어서 물기 빼서 대형지퍼백에 나눠 담는다.
어제는 알배추가 보이기에 그것도 샀다. 쌈장도 다 먹어간다 하여 다시 한 통 만들어 20인치 캐리어가 묵직해졌다.
지퍼백마다 환자 이름 스티커를 붙여서 냉장고의 정해진 칸에 넣어두고
커피와 카스텔라 나눠먹었고 같은 병실 네 분의 환자께도 종이컵에 담아서 카스텔라 드렸더니 누워있던 환자가 반기며 일어나시기도 했다.
병문안 오신 중년의 여성 보호자께서는 빵집을 하느냐 묻는다. 아뇨
매번 덕분에 잘 먹는다고 인사하시는 80세 환자분도 계셨다.
이 말씀을 들으니 다음엔 더 많이 해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다가 정자역에서 저녁으로 떡볶이 먹어야지 하고 빈 캐리어를 덜덜거리며 끌고 가는 데
오뎅 살 때도 아저씨 혼자 계시더니 여전히 혼자 계신다. 여 사장님은 잠깐 자리를 비운게 아니고 안 나오셨나 보다.
퇴근 시간인 7시가 지난 시간이라 떡볶이 포장마차는 여기저기에서 주문 목소리가 날아다닌다. 떡볶이 주세요. 순대 포장이요. 내장 섞어서요. 튀김이요. 골고루요. 입금했어요. 보세요 (휴대폰 화면을 아저씨게 내민다)
아저씨는 원맨쇼를 하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난 떡볶이와 잘 안 먹는 튀김까지 주문해서 먹었다.
손님들의 주문에 포장하고 내주던 사장님께서 자꾸 뭔가를 찾는 듯이 수레 아래로 머리를 디밀고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어 여기저기 자꾸 뒤적이시기에
다 먹은 내가 8000원을 낸 뒤에 물었다. 뭘 찾으시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사다 드리겠다고 했더니 진짜요? 하시기에 필요한 게 뭐냐고 했더니 접시 좀 치워 달라고 하셔서 휴대폰을 캐리어 위에 올려두고 포장 마차 한 바퀴를 돌며 접시를 치워주고 비닐을 벗겨내고 다시 비닐을 접시에 씌워놓아 순대 도마 옆에 착착 쌓아두고
흘린 떡볶이 국물도 냅킨으로 닦아내고 왔다 갔다 치우는 사이에 근처에서 일하다 온 듯한 차림 (팔토시 했음) 서른 후반의 남자가 일손을 돕기 시작했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듯한 남자는 순대도 척척 썰어내고 떡볶이도 담아냈다.
그 사이 사장님은 차에 다녀오신 것 같은데 찾는 게 거기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일하는 것을 보신 사장님은 "일을 잘하시네요!" 앗! 나 여태 음식점 알바 같은 것 한 번 해본 적 없는데...
어디론가 전화를 하시는데 알았다. 뭘 찾으시는지 떡볶이 양념을 안 챙기신 것이다.
물건을 택시 태워 보내고 내 전화번호 줘 하신다.
얼추 두 사람의 일손이 맞춰지는 것 같기에 테이블에 접시 치워주고 슬그머니 빠져나와 정자역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