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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서 만난 대조적인 두 여인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1. 6. 17:46
조카가 고모인 나 입으라고 준 옷이 내 취향이 아니라서 이 옷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당근마켓에 나눔으로 올렸다. 55 사이즈 버버리 스타일 봄. 가을 코트. 편집샵 옷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나눔 신청이 들어왔다. 복지관에서 필요하다는 말은 내가 입을 것은 아니고 남 도울 거야 라는 말로 들려서 그의 마켓에 가보니 옷을 팔고 있었다. 왜 복지관 안 주고? 그분은 내가 나눔 하는 다른 옷에도 달라고 썼다. 공짜는 무조건 손드는 사람인 듯 싶다. 나눔 신청글도 예쁘게 쓴 린아맘과 약속하고 저녁 7시 유치원 앞에서 만났다 린아맘은 따릉이를 타고 오셨다. 옷 봉투를 드리고 그녀가 준비해 온 봉투를 받아 드는데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커피와 차 준다기에 많으면 10개 아니면 5개 정도의 스틱커피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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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늘 뜨개하는 청년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1. 5. 18:24
어릴 적 아니 아주 어릴 적도 아닌 중학교 시절쯤에도 우리 집과 같은 종암동에 사시는 작은 이모댁에 가면 키 크고 잘생긴 이모부께서 대바늘로 옷을 뜨거나 양말을 뜨거나 하셨다. 그에 반해 이모는 뜨개질은 안 하시고 주로 스웨터에 덧수를 놓는 부업을 하셨다. 공장에서 옷이 잔뜩 이모댁에 내려지면 이모는 그 옷에 수를 놓으셨다. 예쁜 꽃과 꽃잎 더러는 진주색 구슬도 다셨다. 지금 7호선 석남행 열차 안 맞은편에 앉아서 대바늘 뜨개질을 하는 청년을 봤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 꽈배기바늘도 없이 무늬도 넣어가며 조끼를 뜨는 듯싶다. 둥글게 원통형으로 뜨지 않고 앞 뒤판으로 나뉜 뜨개다. 가방에서 안경까지 꺼내서 쓰고 뜨개 하는 청년 얼굴은 안 찍고 뜨개 하는 손을 찍었다. 범생이처럼 생겼는데 무릎 위에 담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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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왔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0. 31. 12:02
벼농사 수십 년에 벼멸구 폭탄을 맞은 게 처음이라 했다. 모내기에 손 한번 보태본 적 없고 피살이 한번 해준 적 없이 십여 년째 추수 때마다 맛있는 쌀 얻어먹는 나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그동안 벼멸구 없이 농사 잘 지었으니 복 받았네...라는 나만의 생각을 했다 금년에는 친구가 쌀을 못 보내줘도 그동안 먹은 쌀이 있으니 그마저도 고마워해야지 했는데 그랬는데 쌀이 더 많이 왔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쌀이다.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벼. 쌀 한 톨에 농부의 땀 일곱 근이 들어있다는 귀한 쌀. 이 고마운 마음은 잊지 말아야지라고 매년 맘만 먹는다. 내가, 밥값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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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영웅시대내가 사는 이야기 2024. 9. 22. 20:29
IM HERO 미스터 트롯에서 그 가수를 봤다. 잘 부르더라. 그래서 난생 두 번째로 팬카페에 가입했다. 2020년 2월 26일 그렇게 임영웅 팬카페 회원이 되었다. 카페에 몇 개의 글도 썼다. 임영웅 관련 얘기다. 곡당 770원씩 주고 멜론에서 음원을 구입해서 출퇴근길에 이어폰 귀에 꽂고 "보랏빛 엽서에 실어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아픔인가"를 입속으로 웅얼거리기도 했다. 이 곡이 설운도 가수의 곡이라는 것도 최근 곡이 아니고 오래된 곡이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그 후로 2018년 12월 전국노래자랑 창원시 편에 69세 윤경옥 주부께서 이 곡을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것도 찾아서 봤다. (멋지게 부르신다) 미스터 트롯 결승전 있던 날 예상치 못 한 엄청난 문자투표량에 발표가 하루 미뤄졌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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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님의 선물내가 사는 이야기 2024. 9. 20. 17:44
지난주 토요일 작은 오빠가 보내준 LA갈비를 나눠 담고 내가 만든 카스텔라 한 판과 사과 두 알 가지고 권사님 댁에 갔더니 비싼 고기 먹지 않고 날 가져다주냐고 냉장고를 열어서 두유 한 팩 꺼내서 빨대를 꽂아 주시고는 바로 작은방으로 가시더니 차를 들고 나오셨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손자가 왔다가 내일 간다며 손주가 할머니 드시라고 선물한 차를 내게 주시기에 좋아라 하며 얼른 받았다. (언제부터인가 차 선물에 반색하는 나다) 권사님이 주시는 것은 사양하지 않고 덥석 받는다. 받을 때까지 주시려 하기 때문에 사양이 소용없다. 박스를 개봉 안 하면 다른 사람 줄 것 같다며 생각 깊은 손자가 차의 박스를 다 뜯어놨지만 박스개봉을 개의치 않은 내 차지가 되었다. 뭐든 주인이 다 따로 있다니까... 앗싸! 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