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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주고도 기분 나쁜 ㅁ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6. 21:23
토요일 아침. 마트는 10시 개점이라는 데 간혹 일찍 열기도 한다는 남편의 말을 믿고 9시 30분에 집을 나섰지만 쇼핑카트로 막아둔 입구는 10시가 되어야 열렸다. 남들은 명품백 사려고 오픈런을 한다는 데 식품을 사려고 마트 문 열기를 기다려보기는 난생처음이다. 사람이 없어 한가한 마트를 쇼핑카트를 밀고 이리로 저리로 달렸다. 과일을 사고 젓갈을 사고 집에서 먹을 우유와 날짜가 임박한 호빵도 사고 시댁에서 먹을 점심으로 초밥도 샀다. 9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우리 동네 큰 대학병원 옆 죽집에 가서 전화로 주문한 네 종류의 죽을 사서 집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먹거리들이 캐리어에 다 안 들어가서 장바구니 하나 더 들고 어머니댁에 들어섰다. 쉬는 날이라 조카아이는 세수 안 한 얼굴에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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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이야기 -2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3. 21:56
큰 시누이의 "코로나 같다"는 그 말을 들은 다음날 아침 감기하고 안 친한 나인데 기침이 나고 목이 안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비싸게 주고 산 생강즙차를 마시고 목을 다스리느라 보온병 가득 차를 가지고 교회를 갔었다.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하고 하루를 지냈는데 코로나도 감기도 아닌... 다행하게도 내 염려에서 생겨난 현상일 뿐이었다. 밥을 잘 못 드시는 어머니를 보고 왔으니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고 어머니의 건강 얘기를 대표에게 했더니 잘 못 드시면 달걀이라도.. 달걀을 삶거나 또는 프라이를 하거나 달걀로 뭐든지 해서 드시게 하라고. 달걀 추천에 예찬을 하신다. 달걀 얘기를 전했으나 그 말을 전하나 마나다. 안 드셔! 어머니와 시누이가 같이 산 세월이 길어서 시누이가 어머니 시중드는 게 싫어서 그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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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떡 이야기 -1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3. 15:30
87세의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두 딸과 그 딸이 낳은 딸 (손녀) 그렇게 네 식구가 일산의 아파트에서 거주 중이며 직장인인 나는 그 어머니의 장남과 서울에 거주 중 ~.~ 어머니의 음력생신 일주일 전에 통화했을 때 무슨 반찬으로 밥을 드시느냐 여쭈었더니 맨날 총각김치해서 드신다며 사 먹는 김치 다 똑같이 맛없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김치를 안 하신 지 여러 해 되었고 허리 아픈 시누이가 김치를 안 하니 어머니께서 산 김치를 드시고 계신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으며 나만 맛있는 김치를 먹고 있었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시골 언니가 절임배추를 팔았을 때 시누이에게 절임배추를 보내면 그 배추로 김장을 하기도 했었지만 시골 언니 부부는 절임배추 만드는 게 너무 힘들어서 22년 겨울부터 절임배추를 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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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가래를 들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2. 12:20
어린 시절 고향의 겨울에는 눈이 참 많이 왔다.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눈사람도 만들고 그 눈을 치우겠다고 넉가래를 들고 안마당과 바깥마당을 설쳤던 기억이 있다. 어제 밤사이에 많이 내린 눈 때문에 출근길을 종종걸음을 걸어야 했고 누군가 밟지 않은 눈길을 밟으며 오랜만에 뽀드득 뽀드득소리를 들었다 아... 이소리 듣기 좋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나무 위에 쌓인 눈을 카메라에 담았다. 회사부근 아파트 상가 앞에 작업복 차림의 부부로 보이는 두 분이서 플라스틱 넉가래로 눈을 밀고 있다. 약국. 미용실. 화장품가게. 편의점. 빵집...? 그 누구도 아닌 것 같다. 상가 청소용역업체일까? 수고하는 그 두 분에게 "수고하십니다!" 하고 지났고 우리 회사가 있는 길로 들어서는데 테니스장 담장에서 회사 정문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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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긴 떡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21. 19:11
홍천에서 오리지널 쑥 넓적 긴 떡이 왔다 쑥절편이라고 하자니 떡이 길다. 쑥가래떡으로 왔다면 부르기도 쉬웠을 텐데 떡 이름으로 이렇게 고민하게 하시다니... 선생님 나빠요! (블랑카 버전) 떡 보내주시고 난데없이 나쁘다는 말을 들으신다. 선생님은 봄에 뜯어놓은 쑥으로 겨울에 떡을 해서 보내주신다. 올해는 떡이 늦은 편이다 다른 해에는 12월 말경에 보내셨다. 아니, 다르게 생각하니 다른 해 보다 열 달이나 일찍 보내주셨다. 긴 떡을 프라이팬에 들어갈 크기로 잘라서 소분해서 담았다. ( 그대로 냉동했더니 프라이팬에 안 들어가서... 구워 먹기 힘들었다) 나는 선생님 덕분에 봄쑥이 나올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프라이팬에 들기름 발라 구워서 꿀 찍어 먹으면 .... 그 맛은... . . . . .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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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원도 돈입니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18. 16:46
작년 가을, 회사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동네 빵집에서 늦게까지 수고한 엔지니어를 주려고 다양하지 않은 빵 종류 중에서 부드러워 보이는 카스텔라 컵케이크를 샀다. 사각의 양은 쟁반에 사장님이 직접 메모지에 펜으로 쓴 4,500원이라는 가격표 카드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아왔고 영수증의 금액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영수증을 정리하려고 보니 4,550원 손잡이 달린 흰색 비닐봉지에 넣어주면서 50원을 받은 것이다. 회사에 450미터 거리에 있는 파리바게뜨에서는 '봉투 필요하신가요?' 물으며 봉투 가격을 말해준다. 나는 늘 장바구니(천으로 접혀서 명함 2개 정도의 크기)를 가방에 넣고 다녀서 봉투를 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SK텔레콤 멤버십으로 할인받고 해피포인트도 적립도 한다. (싸다는 생각은 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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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개새끼에 대하여내가 사는 이야기 2024. 2. 15. 20:46
병원의 기기가 컴퓨터문제로 멈췄다. 보내준 화면을 보아하니 시모스 셋업이 풀린 것 같은데 다이소에서 전지 사다가 교체하고 나머지 셋업하는 것은 유선으로 설명드릴 테니 직접 하시겠느냐고 병원 시설팀에 얘기하니 점검차원에서 출장 오란다. 전화로 알려주면 55천 원 우리가 가면 275천 원이라고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와서 해달란다. 병원에서 받은 이미지로는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피시의 증세는 더 심각해서 하드를 교체해야 해결이 될 상태다. 저기 아래 지방에 사는 엔지니어와 설 전에 이미 오늘 스케줄을 잡았는데 오늘 또 다른 곳의 기기에 문제가 발생하여 그곳은 내가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8시 48분 C 도시의 물리치료사께서 친히 문자를 주셨는데 컴퓨터가 또 Run이 안 된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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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 18. 13:31
구내식당은 우리 사무실과 같은 맨 꼭대기 층에 있다. (높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써 보고 싶었다) 식당 출입문 앞에 화이트보드 메뉴판이 걸려 있는데 오늘도 식당 사장님은 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새우도 작은 데 그 새우의 젖을 넣은 뭇국이라니...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새우젖이라고 쓴 화이트보드에 손가락을 대니 그냥 지워지기에 젖을 젓이라고 만들기도 했는데 오늘도 또 젖으로 쓰여 있다. 식당 한 두해 하신 게 아닌데... 그 빌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새우젓인지 젖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나만, 나만 이러는 것이다. 젓이거나 젖이거나 맛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것이겠지만 구내식당이라 함이 참,,, 싼 가격으로 운영하다 보니 그 맛이란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