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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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이라 다행이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21. 17:22
꿈에 아버지가 주신 힌트로 숫자를 조합해서 5천 원어치 복권을 구입한 재숙이, 믿어지니? 하며 로또 당첨결과 이미지를 보내왔다. 6개의 당첨 번호 중에서 숫자 하나가 달라서 1,433,960원 3등이다. 아이고.... 1등이 됐어야 내 친구 1억 주는데 1등이 27억 이드만... 아버지가 꿈에 뭐라고 힌트를 주셨기에 복권 살 생각을 했을까? 3등으로 조합한 내 친구가 대단하다. 1등이었으면 더 대단했겠지만 번호 3개도 못 맞춰서 5천 원에도 당첨 안 되는 내가 있으니... 친구는 숫자 21이 빠져서 3등인데 내가 산 복권은 딱 21번만 맞았다. 이건 또 무슨... 붙어 지내면 대박 날 텐데라고 말하는 친구 재숙아 이미 넌 내게 대박이야 친구의 남편께서는 21을 밑에다 찍었다고 친구보고 천치라고. 자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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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산다고요?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8. 18:04
다들 황 샘이라고 불러서 그가 학교 선생인가 했었다. 그런 그가 여천공단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모두 부르기 편해서 황 샘이라고 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말이면 고향 동네에 가서 집집마다 내놓은 농작물들을 카스에 올려서 팔아준다.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 깨. 사과. 청국장. 된장 곶감. 마늘. 밤. 시금치. 참외. 부각. 토마토. 상추 인삼. 고로쇠, 사과즙. 쌀. 뭐든지 팔아주고 올리기만 하면 완판이다. 무료 봉사하는 것이란다. 나도 황 샘을 통해서 반건시와 고구마 그리고 봄동김치를 사 먹었고 고향은 순창이고 집은 여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수 여수라니... 혹시 소라면 대포리를 아느냐 물었더니 자기도 소라면 산단다. 그리고 대포리는 엄청 크단다. 내가 찾는 그가 누군지에 대해 설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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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짓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8. 16:49
5호선 출근길 맞은편에 앉은 오십이 넘어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두 남녀. 두 사람 똑같은 베이지색 마스크를 썼는데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내가 가진 마스크를 주고 싶어 져서 가방을 열어 마스크가 들어있는 지퍼백을 보니 새 마스크가 5개 있다. 두 개를 오른손으로 집고 망설인다. 마스크 드려도 될까요? 이 마스크 써 보실래요?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봐도 적당한 말이 없다. 마스크 내밀었다가 고 대들면 어쩌나 싶은 두려움에 가방에 넣었던 손을 뺐다. 올림픽 공원역에서 내가 내리도록 그분들은 내리지 않았다. 마천까지 가시나? 그리고 다음 날 옅은 분홍색 마스크를 하고 여자 혼자 앉아있다. 어려운 형편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은 맘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자리에 앉다 보니 그녀 옆에 앉았다. 맞은편 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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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메드 압둘 모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16. 18:37
방글라데시에서 온 1973년 생 모멘은 나를 누나라고 부른다. 25년 전 작은 오빠 사진관에 갔다가 손님으로 온 모멘을 봤고 타인과 친밀도 높은 오빠를 둔 덕에 모멘과 인사를 했을 뿐인데 어느 날 우리 회사에 오겠다고 해서 사무실로 왔었고 작은 오빠보다 내가 좀 더 친절하다는 것을 알고는 오빠보다 내게 더 많은 것을 묻고 도움을 청해왔다. 모멘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지도 꽤 되었는데도 이해 못 한 문자가 오거나 카톡이 오면 우선적으로 내게 보내서 묻는다. 누나 이게 뭐예요? 요즘 같이 검사를 사칭하는 문자에 액정 깨졌다고 오는 스미싱 문자까지 모두 내게 물어본다. 은행에서 오는 정상적인 문자까지도 혹여.. 사기인가 하여 물어본다. 모멘은 도봉동 다세대주택에 산다. 이웃에 살던 집에서 이사할 때에도 S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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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 도둑내가 사는 이야기 2022. 3. 5. 16:10
어제 두루마리 화장지 새것을 갖다 놨는데 오늘 화장실에 가보니 두 바퀴 남은 남의 화장지가 놓여 있다. 쓰고 버리려고 가지고 왔던 화장지를 두고 질 좋은 새 화장지를 가져간 것이다. 누가 화장실 올 때 두루마리 화장지를 들고 올까? 1층 생선구이집 손님? 세탁소 사장님? 지하 자전거 전시장 직원? 음... 훔쳐간 놈보다 잃은 놈 죄가 많다더니 의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3층에 2호 집? 어디서 살다온 사람인지 분리수거도 할 줄 모른다. 마구 내어놓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내돈내산한 종량제 봉투 7개를 써서 쓰레기를 정리했다. 지나가던 분이 고무장갑 끼고 쓰레기 정리하는 나를 보더니 이라고 해서 웃었다.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혹시나 영수증 따위가 있을까 하여 주의 깊게 봤는데도 영악하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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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 진단 검사기내가 사는 이야기 2022. 2. 10. 19:05
대표의 따님이 밀접 접촉자란다. 기분 때문인지 몸도 안 좋은 것 같기도 하다고. 따님은 검사를 받고 내일 나올 결과를 기다리는 데 어제 따님과 같이 저녁을 드셨다며 그 소식을 받자마자 대표는 방문을 닫고 휴대폰으로 내게 전화 해서는 자초지종을 말하며 자기 방에 들어오지 말고 약국에 가서 진단키트와 타이레놀을 사오라고. 마스크를 하고 다녀본 약국 어느 곳은 진단키트는 물론이요 타이레놀도 없는 곳이 많았다. 한 약국에서 방금 도착했다며 박스를 열어서 진단키트를 파는데에도 한 사람에게 많은 양을 줄 수 없다고. 그건 타이레놀도 마찬가지. 대표는 카톡에 진단검사기 메이커까지 적어주며 가급적 휴마시스와 에스디바이오를 사오라고 했다. 세군데 약국을 들러서 한곳에서 마침 휴마시스가 있어서 그걸 사가지고 들어왔더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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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내준 쌀내가 사는 이야기 2021. 11. 3. 14:25
부여 햅쌀이 왔다. 어젯밤에는 쌀자루를 못 봤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거실을 오가다가 창가 쪽에 있는 쌀자루를 봤다. 저 쌀은 언제 온 거야? 어제! 어제는 쌀이 왔다는 말을 왜 안 했을까? '당신 친구에게서 쌀 왔어!'라고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 자기네 식구 외에는 전혀 나눌 줄 모르는 남편은 친구가 보내오는 저 쌀이 얼마나 큰 마음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일요일 부터 골질을 하고 있는 남편은 계속 골질해라 하고 내버려 두는 중이다. 몇 년 전 남편은 부여에서 쌀이 왔다고 쌀자루의 띠지만 보고 큰처남이 보낸 거냐고 내게 물었었다. 쌀자루에는 받는 이에 대한 정보만 있을 뿐 보내는 이에 대한 정보는 부여가 전부였기에 큰처남이 부여에 산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라고 한 마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