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
대접받는 가방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9. 14:00
내가 비싼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다닐 일도 없겠지만 전철에서 자리를 잡고 서있게 되면 가방부터 바닥에 내려놓는다. 에르메스가 아니라서? 가방은 가방 역할만 하면 된다. 신주모시듯 그럴 바에야 안 들고 만다. 어제 경의 중앙선을 타고 운정을 향하여 갈 때 많은 승객이 내리고 왕십리 역에서 자리에 앉게 되면서 바닥에 놓여 있는 내 가방을 내쪽으로 더 가까이 놨을 뿐 자리에 앉았다고 해서 무릎에 가방을 올려놓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가방 중에서 제일 비싼 가방도 (당근에서 저렴하게 샀다) 바닥에 내려놓고 가는데 맞은편 여사님께서 승객이 앉아야 할 자리에 가방을 떡하니 놓고 계신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그 가방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여사와 눈이 마주치면 내 가방을 보라고... 바닥에 있지 않느..
-
옷 때문이라고?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8. 17:56
옷에 관심이 많지만 내가 사는 옷은 늘 그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살림만 하고 산다면 좀 자유롭게 입었을 텐데. 여자여자한 옷이라던지 레이스가 달린 긴치마라던지 편한 바지라던지. 머리도 내 맘대로 한다던지. 병원에 영업을 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옷 하나를 사도 병원에 입고 갈 수 있나 없나로 판단하여 사다 보니 정작 입고 싶은 옷은 못 입어보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쉬는 날 교회 외에는 다른 곳에는 다니지도 않으면서 쉬는 날 용으로 옷을 살 수도 없고 티셔츠 조차도 사지 않는다. 억 단위의 기기를 팔러 다니면서 내가 옷차림에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보이는 첫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으로 보이게 좋은 옷을 입었어야 했는데 단정해 보이는 옷만 생각했지 좋아 보이는 옷을 입을 생각은 여태 못..
-
3층에 사는 배달 라이더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7. 18:18
화장실은 2층과 3층의 중간 계단에 있어서 화장실에서 나올 때면 자연스레 301호 문 앞에 보인다. 오늘은 한잔愛 라는 붉은색 테이프를 두른 스티로폼 박스가 2개 누런 테이프를 두른 좀 더 큰 스티로폼 박스 1개 종이박스 1개 옷이 들어 있을 것만 같은 푸른빛이 도는 봉투 1개를 보며 혼자 사는 저 남자가 사람 사는 것처럼 사는 남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건물 입구에 쓰레기로 엉망이었을 때 스쿠터를 주차하던 그 남자에게 혹시 이 쓰레기 버리신 분? 하면서 쳐다봤더니 제가 그럴 리가요!라고 했다,. 나도 댁이 그런 것 같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심증은 3층 2호다. 며칠 전 3층에서 나온 남자가 반팔 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편의점 쪽으로 걸어가는데 양다리가 온통 문신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모민, 거기 아니야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3. 17:09
누나! 오늘 저기 청와대 개방하는 데 있잖아요 거기 가고 있어요.라고 전화한 시각이 4시 15분. 아무나 안 되는데 신청해서 당첨된 거야? 네, 당첨되었어요. 재주도 좋다! 하는 내 말에 하하하 웃던 모민이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거기가 국회의사당 뒤예요 어디예요? 지난번에 취임식에도 초대되어 국회의사당에 갔다 오더니 청와대가 국회의사당 부근에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9호선을 타고 가고 있다는 모민에게 그 자리에서 내리라고 했다. 내가 검색해서 알려 줄 테니 기다리라고,.. 그새 모민은 여의도까지 가 있었기에 5호선으로 갈아타고 광화문까지 오라고... 20년 넘게 서울에 살았는데 청와대가 어디 있는지는 몰랐던 것이네. 부인과 민준이 데리고 셋이서 나들이를 하는 모양인데... 청와대 개방은 나도 ..
-
나의 은혜로운 권사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10. 19:37
어버이날. 어버이날과 부처님 오신날과 주일이 겹쳤던 날. 권사님께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하셨다. "오늘 교회 오시죠?" 시어머니 댁에 갔을까 봐 확인 전화를 하신거다. 권사님이 주신 무거운 부직포 쇼핑백에는 새벽부터 날 위해 만들었다는 세 가지 음식과 떡이 들어 있었다. 권사님께 나는 철없는 딸? 어린이날 선물을 주시는 건가? 언니와 오빠가 함께 있는 단톡방에 권사님 음식 사진 올려 자랑했더니 작은 언니 왈 "막내는 권사님에게 정말 잘해야겠다 자식에게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잡채가 윤기가 자르르 맛나게 생겼다." 오징어와 새우를 넣은 부추전도 맛있고 미나리 들어간 잡채도 맛있습니다. 어제저녁 북어 양념 구이를 먹어본 남편 왈 "모처럼 잘 먹었네" 북어 양념구이는 일산 어머니께서 잘하는 반찬인데 우리 권사..
-
두 번째 카네이션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7. 13:04
잠에서 깨어 일어났더니 머리맡에 카네이션이... 아들 유치원 시절에 받아본 색종이 카네이션 이후로 오늘 두 번째 받아보는 카네이션. 그동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하나 없는 것에 대해 내가 애를 너무 심심하게 키웠다 싶어서 내 탓이라 여겼는데 어젯밤 녀석은 저녁 먹고 들어온다더니 내가 잠들었던 12시에도 안 들어왔었는데 그 늦은 시간에 들어오면서 꽃 사 올 생각을 했다니... 다 떠지지도 않은 눈을 비비고 안경을 쓰고 다시 꽃을 봅니다. 예쁘네. 좋다! 뭔지 모를 씀벅함과 눈물이 날 것 만 같은... 화장실로 들어가던 아들을 보고 "꽃 고마워 예쁘네" 했더니 "내 거야!" 합니다. 고맙다거나 멋지다는 작은 애정 표현이라도 하려 하면 쑥스러움을 감추려고 "시끄럼마!" 하던 녀석이라서 시끄럼마라고 할 줄 알았는..
-
아래층 모자의 싸움내가 사는 이야기 2022. 5. 5. 18:26
아들이 내 방으로 들어오며 "저것들 또 싸워 누구 하나 죽었으면 좋겠어!" 아래층 여자가 아들과 싸우는 소리가 또 아들 방으로 들어오는 모양이다. 하나가 죽어 나가야 저 싸움이 끝난다는 얘기. 아래층으로 누수 생겨서 가봤을 때 아들방 방문 손잡이 없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것을 보고 어지간히 아끼는 사람들이다 생각했다가 말 안 듣는 아들이 방문 걸어 잠그는 게 보기 싫어서 손잡이를 고장 내켰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아들과 엄마가 싸우면 누가 더 나쁜 사람일까? 아들? 아들일 거야! 엄마에게 저렇게 욕하면 대드는 아들이라니... 아들은 내게 저 아들처럼 해줘 봐? 한다. 이 누무시키 개 누무시키. 저 모자가 무슨 주제로 자주 싸우는지 난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