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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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늘 뜨개하는 청년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1. 5. 18:24
어릴 적 아니 아주 어릴 적도 아닌 중학교 시절쯤에도 우리 집과 같은 종암동에 사시는 작은 이모댁에 가면 키 크고 잘생긴 이모부께서 대바늘로 옷을 뜨거나 양말을 뜨거나 하셨다. 그에 반해 이모는 뜨개질은 안 하시고 주로 스웨터에 덧수를 놓는 부업을 하셨다. 공장에서 옷이 잔뜩 이모댁에 내려지면 이모는 그 옷에 수를 놓으셨다. 예쁜 꽃과 꽃잎 더러는 진주색 구슬도 다셨다. 지금 7호선 석남행 열차 안 맞은편에 앉아서 대바늘 뜨개질을 하는 청년을 봤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 꽈배기바늘도 없이 무늬도 넣어가며 조끼를 뜨는 듯싶다. 둥글게 원통형으로 뜨지 않고 앞 뒤판으로 나뉜 뜨개다. 가방에서 안경까지 꺼내서 쓰고 뜨개 하는 청년 얼굴은 안 찍고 뜨개 하는 손을 찍었다. 범생이처럼 생겼는데 무릎 위에 담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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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왔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10. 31. 12:02
벼농사 수십 년에 벼멸구 폭탄을 맞은 게 처음이라 했다. 모내기에 손 한번 보태본 적 없고 피살이 한번 해준 적 없이 십여 년째 추수 때마다 맛있는 쌀 얻어먹는 나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그동안 벼멸구 없이 농사 잘 지었으니 복 받았네...라는 나만의 생각을 했다 금년에는 친구가 쌀을 못 보내줘도 그동안 먹은 쌀이 있으니 그마저도 고마워해야지 했는데 그랬는데 쌀이 더 많이 왔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쌀이다.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벼. 쌀 한 톨에 농부의 땀 일곱 근이 들어있다는 귀한 쌀. 이 고마운 마음은 잊지 말아야지라고 매년 맘만 먹는다. 내가, 밥값을 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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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영웅시대내가 사는 이야기 2024. 9. 22. 20:29
IM HERO 미스터 트롯에서 그 가수를 봤다. 잘 부르더라. 그래서 난생 두 번째로 팬카페에 가입했다. 2020년 2월 26일 그렇게 임영웅 팬카페 회원이 되었다. 카페에 몇 개의 글도 썼다. 임영웅 관련 얘기다. 곡당 770원씩 주고 멜론에서 음원을 구입해서 출퇴근길에 이어폰 귀에 꽂고 "보랏빛 엽서에 실어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아픔인가"를 입속으로 웅얼거리기도 했다. 이 곡이 설운도 가수의 곡이라는 것도 최근 곡이 아니고 오래된 곡이라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다. 그 후로 2018년 12월 전국노래자랑 창원시 편에 69세 윤경옥 주부께서 이 곡을 불러 최우수상을 받은 것도 찾아서 봤다. (멋지게 부르신다) 미스터 트롯 결승전 있던 날 예상치 못 한 엄청난 문자투표량에 발표가 하루 미뤄졌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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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님의 선물내가 사는 이야기 2024. 9. 20. 17:44
지난주 토요일 작은 오빠가 보내준 LA갈비를 나눠 담고 내가 만든 카스텔라 한 판과 사과 두 알 가지고 권사님 댁에 갔더니 비싼 고기 먹지 않고 날 가져다주냐고 냉장고를 열어서 두유 한 팩 꺼내서 빨대를 꽂아 주시고는 바로 작은방으로 가시더니 차를 들고 나오셨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손자가 왔다가 내일 간다며 손주가 할머니 드시라고 선물한 차를 내게 주시기에 좋아라 하며 얼른 받았다. (언제부터인가 차 선물에 반색하는 나다) 권사님이 주시는 것은 사양하지 않고 덥석 받는다. 받을 때까지 주시려 하기 때문에 사양이 소용없다. 박스를 개봉 안 하면 다른 사람 줄 것 같다며 생각 깊은 손자가 차의 박스를 다 뜯어놨지만 박스개봉을 개의치 않은 내 차지가 되었다. 뭐든 주인이 다 따로 있다니까... 앗싸! 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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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마녀내가 사는 이야기 2024. 8. 21. 17:05
그대가 떠난 지도 벌써 1년 하고도 1개월 오늘은 그대의 환갑. 그대가 있었다면십여 년 전 그날처럼뽕뽕 다리를 건너고용궁에서 양념닭발도 먹어보고고깃집에서 고기도 먹고길가의 풋사과도 따 먹어보고 했을까 주인 없이 남겨진 그대의 카카오스토리에는엄마를 그리워하는 은빈이의 울부짖음만 가득해 효도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가버렸다고다음 생에는 오래도록 같이 살자고그때도 내 엄마가 되어 달라고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했어...라고 나도 그대가 이토록 사무치게 그리운데딸인 은빈이야 두말할 것도 없겠지 잘 있지?잘 있길 바라. 보고 싶다 마녀 20240821 안타깝게 가버린 그녀를 그리워하는 커퓌 20130823 예천시내 고깃집에서 ( 마녀 얼굴만 잘 안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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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문 앞에 된장이 있다내가 사는 이야기 2024. 6. 14. 10:29
이 된장의 정체는 뭘까?아파트 복도 현관문 옆에 놓여있는 된장통내게 주는 것이라면비닐에라도 넣어야 하지 않을까.아무런 쪽지도 없이 놓여있는 된장옆집 할머니가 주신 것일까 여쭈었더니아니라고. 모른다고.시중에 판매되는 게 아닌집 된장 같은데...아. 찜찜해된장통 옆에 메모를 붙였다.우리 주는 게 맞느냐고누구인지 메모 남겨 달라고.된장은 복도에 어제 아침부터 그대로 있고아무런 변동 사항은 없다.뭐지?이 된장 뭐지?누가 내게 욕하는 건가?이런 된장! 하고.아... 고민스러운 된장이여! 먹다 남은 것 같은 된장...뭐지 뭐지?